걸그룹 탈퇴는 왜 늘 '뜨거운' 잡음을 유발하는가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5.06 10: 31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가요담당 기자를 하고 있다보니, 가요계에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인들의 전화가 쏟아지는 편이다. K군은 누구냐, 서태지와 이지아의 관계를 알고 있었냐, 김장훈과 싸이의 관계는 괜찮은 거냐 등등.
가장 전화가 많이 쇄도했을 때를 꼽으라면, 단연 티아라 사태였다. 지난해 티아라의 화영이 소속사의 탈퇴 결정으로 가요계를 떠나게 됐을 때 전화는 그야말로 불이 났다. '나쁜' 티아라가 화영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소속사는 대체 어떤 곳인지, 티아라에 대한 관심은 올림픽 열기를 단숨에 제압할만했다.
그 다음으로 전화를 많이 받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카라 사태였다. 규리를 제외한 네 멤버가 소속사에 내용증명을 보내자,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규리는 왜 빠졌는지, 네 멤버의 성격은 어떤지, 보도되지 않은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놀랍다. 티아라와 카라를 합친 것보다도 인기가 많았던 동방신기가 현재의 동방신기, JYJ로 나뉠 때에도 관심이 이렇게 뜨겁진 않았다. 보이그룹의 탈퇴와 해체는 무수히 반복됐지만 '국민적' 화제를 모은 거라곤 2PM의 재범 뿐이었다. 재범은 연습생 시절 올린 글이 먼저 뜨거운 감자가 된 후 탈퇴 결정이 된 것이므로 그 화제가 모두 '탈퇴'에 대한 것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걸그룹의 멤버구성을 둘러싼 논란은 확실히 더 잦은 편이다. 최근에는 에이핑크 홍유경의 탈퇴를 놓고 말이 많았다. 소속사는 학업을 위해 원만히 탈퇴했다고 발표했지만, 홍유경의 아버지는 일방적 퇴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홍유경 아버지의 SNS를 통해 논란이 확산됐었는데, 그룹 멤버 측이 소속사와의 대화창구를 떠나 여론에 직접 호소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외에도 걸그룹의 탈퇴 멤버는 꽤 많다. 원더걸스, 애프터스쿨, 걸스데이 등 인기그룹들도 멤버 탈퇴 및 교체를 겪었다. 매끄럽진 않았다. 루머와 논란이 잇따랐다.
'학업을 위해서', '멤버측의 뜻을 존중해서'라는 이유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제로 공부하러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멤버도 있고, 멤버는 가수를 하고 싶은데 부모가 나서서 도로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계약서가 있어도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소속사도 별 수가 없이 놔주는 편이다.
나머지 절반은 소속사가 먼저 두 손을 드는 경우다. 부모의 개입이 너무 심해 그룹 활동에 지장을 줄 경우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둔다. 남자 문제가 있어 그룹 분위기를 흐리거나, 멤버 간 이간질에 나서다가 탈퇴 된 케이스도 있다. 물론 소속사의 잇속 계산만 적용된 경우도 없진 않다. 
대형그룹과 신인그룹 구별없이 이니셜로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이 몇가지 케이스를 꼽을 수 있다. 그룹 A의 한 멤버는 신곡의 분위기와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아서, 프로듀서의 '명령'에 의해 쉬게 됐다. 그룹 B의 한 예비 멤버는 다른 멤버들에게 못생겼다고 구박을 계속하다가 퇴출됐다. 그룹 C의 한 멤버는 중요 스케줄을 앞두고 연습에 빠지고 네일케어나 받다가 걸려서 소속사의 분노를 사 탈퇴됐다. 그룹 D의 한 멤버는 소속사 임원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탈퇴했다. 그룹 E의 한 멤버는 데뷔 전 바람직하지 못했던 행실이 뒤늦게 알려져 탈퇴가 결정됐다. 이중 일부는 기사화돼 관심을 받았고, 일부는 연예계에서만 알려졌다. 다른 논란이 너무 뜨거워져서, 진짜 탈퇴 사유가 가려진 케이스도 있다.
 
이같은 사유를 세세히 밝히면 소속사나 멤버 둘 중 하나가 다치므로 주로 '학업을 위해서'라는 핑계가 붙는다. 소속사는 떠날 멤버의 흠을 잡는 그림이 좋지 않으므로, 혹은 소속사의 이득에도 피해를 주니까 최대한 침묵하려 하지만 이는 팬들의 음모론에 불을 지핀다.
연예계라는 화려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관심은 높다. 여기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예쁜 '걸'들이 합류하고 막대한 권력자로 '군림하는' 기획사가 힘을 보태면, 관심은 묘하게 뜨거워진다.
각종 자극적인 플롯을 지닌 루머가 진짜처럼 퍼져나가고, 이를 뒷받침하는 몇몇 영상 및 목격담이 '악마의 편집'으로 갖다붙으면 그 어떤 그룹도 살아남기 힘들다. 소녀시대는 한때 한 멤버가 다른 멤버의 치마를 들추는 장면이 캡쳐됐다는 이유로 황당한 불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같이 황당하게 끝날 수 있지만, 탈퇴 및 해체 등 가수 쪽에서 빌미를 제공하면 루머는 힘을 받는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그 또래가 모인 생활은 누구나 악역이 됐다가, 착한 역이 됐다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대중은 '악녀'가 누군지 색출하고, 사냥에 나선다. 인기가 떨어진 스타를 냉정하게 내치는 건 대중의 몫인데, 대중보다 앞서 연예인을 내친 소속사는 '월권행위'를 한 거대 권력집단으로 몰린다. 상대적으로 '여린 약자'로 분류된 쪽에겐 뜨거운 성원이, '못된 강자'로 분류된 쪽에는 날선 몽둥이가 날아든다.
진실은 당사자만 안다. 기자도 모른다. 연예계에 퍼진 소문도, 가수가 오프더레코드로 털어놓은 얘기도, 제작자가 구구절절 발표한 공식입장도, 무작정 믿기는 힘들다. 어느 한쪽이 100% 잘못했다고 볼만한 사안도 거의 없다. 잘잘못의 비중은 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여느 사고가 그러하듯 쌍방과실이다. 그래서 이같은 논란은, 누구의 잘못이 먼저 부각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전략 싸움으로 치닫는다.
카라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티아라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컸지만 기획사는 그동안 함구령을 내렸었다. 섣불리 해명해봐야 상처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밤마다 대중 앞에서 해명하는 꿈을 꿨다는 이들은 6일 방송되는 엠넷 '비틀즈코드'에서 처음 입을 열기로 했다. 어디서 어디까지 얘기할 것인지, 그 결과 안티 여론이 다소 수그러질 것인지, 오히려 더 '나쁜 여자' 타이틀을 확고히 할 것인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어쨌든 반응은 뜨겁다. 관련 기사에는 댓글이 2만개를 넘었다. 최근 가장 높은 수치다.
에이핑크는 홍유경의 아버지가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추가 이슈는 없을 전망이다. 홍유경 본인,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함께 계약해지를 한 게 분명하다는 입장인 소속사는 곧 대체 멤버를 영입해 에이핑크를 컴백시킬 예정이다.
폭풍과 같은 사태는 언젠가 지나가지만, 인지도를 쌓은 걸그룹은 아직도 많다. 잡음과 논란, 루머와 음모론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고 광풍을 휘몰아칠 전망이다. 화려하고 은밀한 공간, 예쁜 소녀들, 비리가 많을 것 같은 권력자가 뒤엉킨 스토리는 너무나 매혹적이니까. 흥행은 보장돼있다. 
ri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