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물줄기를 갈라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또 작은 틈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이 2사 후 승부를 효과적으로 마무리 짓지 못하며 시즌 4승 달성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6일(이하 한국시간) 미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달성에 실패한 류현진은 팀이 끝내 3-4로 져 시즌 2패(3승)째를 떠안았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2패를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당했다.
전반적으로 구위나 컨디션이 아주 나쁜 경기는 아니었다. 외견상으로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지난달 2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6이닝 5실점)과는 차이가 있었다. 1회 흔들리며 1실점하긴 했지만 무사 만루의 위기를 1점으로 막았다는 측면에서 흐름을 다시 가져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2사 후 승부가 아쉬웠다. 고비 때 아웃카운트 하나만 잘 잡았다면 류현진은 성적표는 확실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류현진은 0-1로 뒤진 3회 1사 후 스쿠타로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산도발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무실점으로 넘길 수 있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포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불씨를 살려줬다. 몸쪽으로 들어간 공이 연달아 주심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살짝 빠졌다고 판단한 듯 했다.
결국 포지를 내보낸 류현진은 펜스에게 좌익수 옆 적시타를 맞았다. 3볼로 시작한 불리한 상황에서 풀카운트까지 끌고 가는 데는 성공했으나 7구째 슬라이더가 공략당하며 추가실점했다. 제구가 안 됐다. 공 하나의 차이에 1점이 왔다 갔다 한 셈이 됐다.
0-2로 뒤진 5회에도 2사 이후가 문제였다. 2사 후 산도발에게 볼넷을 주며 문제가 시작됐고 후속타자 포지에게는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며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면 모든 위기가 정리될 수 있었지만 역시 헌터 펜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90마일(144.7㎞)짜리 직구가 펜스의 방망이에 정확히 걸리며 오른쪽 담장을 맞히는 장타로 연결됐다. 2사 후라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포지까지 홈을 밟아 4점차로 벌어졌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류현진이 2사 후 승부를 좀 더 잘했다면, 혹은 펜스와의 승부를 좀 더 잘했다면 6이닝 4실점의 성적은 얼마든지 더 좋아질 수 있었다. 중간중간 제구가 안 된 공도 다소간 아쉬웠다. 결국 이닝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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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