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발탁’ 이재우, 대계 향한 첫 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06 14: 29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재우가 5선발로 등판해주는 것이다. 경험도 있고 좋은 공을 지녔으니까. 시즌 중 그렇게 기회를 주고 싶다”.
지난 2월 하순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도중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가장 이상적인 5선발 후보를 이야기했다. 주인공은 바로 베테랑 이재우(33). 팔꿈치 수술 두 차례를 거쳐 재기를 노리는 이재우에 대해 김 감독은 “구위도 좋고 여러 가지 변화구 옵션을 갖추고 있다. 이재우가 5선발로 나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7일 이재우의 문학 SK전 선발 등판은 그 책략의 시발점이다.
두산은 오는 7일 문학 SK전에 시즌 개막 후 계투로 뛰던 이재우를 선발로 출격시킨다. 2005년 홀드 1위(28홀드), 2008시즌 계투 11승 등 선발보다 계투로서 자신의 이름값을 높였던 이재우는 2010년 4월 10일 잠실 LG전 이후 1123일 만에 선발로 나선다. 그날 이재우는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강판한 뒤 수술대에 두 번 올랐다.

올 시즌 이재우의 성적은 10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46. 4월 하순 다소 주춤했던 이재우는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 2-6으로 끌려가던 순간 등판해 3이닝 24구 1피안타(탈삼진 2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재우가 본연의 제구력을 찾았다는 판단 하에 두산은 이재우를 7일 선발로 전격 발탁했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 6월 셋업맨이던 노경은을 선발로 전환시킨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4월 중순 임시 마무리로 발탁되었으나 마무리로 나선다는 데 심적 부담을 겪었던 이재우는 코칭스태프와의 면담을 통해 마무리 보직은 힘들다는 뜻을 표출했다. 따라서 두산은 최근 페이스가 좋은 사이드암 오현택을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한 마무리로 내세우고 이재우에게 선발로 나설 기회를 좀 더 일찍 줬다. 당초 김 감독은 전지훈련을 치르며 “구위가 좋아진 데다 변화구 옵션이 많은 이재우가 언젠가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재우가 당장 긴 이닝을 소화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이재우가 불펜투구 한 턴 당 던진 최대 투구수는 70~80개 가량. 선발로서 한계 투구수를 확실히 충족하고 시즌에 돌입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두산은 부상 전력의 이재우에게 감각을 조금씩 회복시켜주며 한계 투구수를 늘려가는 방안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7일 SK전에서 이재우가 얼마나 부담 없이 자기 공을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이재우의 가장 최근 선발승은 바로 문학 SK전이다. 2010년 4월 4일 문학구장에서 이재우는 6이닝 73구 1피안타(탈삼진 4개) 무실점으로 깔끔한 무사사구 선발승을 거뒀다. 140km대 후반의 직구는 물론이고 예리한 포크볼과 슬라이더-커브를 자랑했다. “아프지 않고 던지는 것 만으로도 내게는 행복”이라며 겸손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재우는 7일 경기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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