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이 직장인의 비애를 담은 이야기를 앞다퉈 내놓으며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은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 분)을 필두로 식료품 회사 와이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직장인의 고민과 애환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직장 내 신분사회와 상황에 따라 갑과 을로 구분지어지는 암담한 생활을 현실적으로 담는다.
다소 작위적인 설정 속에서도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짠하고 웃긴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는 것은 정리해고 등의 쓰디쓴 상처를 담고 있기 때문. 그래서 ‘직장의 신’이 그리는 직장생활은 알콩달콩한 연애가 전부인 것 마냥 그리는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속 직장생활과 명확하게 다르다. 일명 어른들을 위한 직장동화,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직장 잔혹동화인 셈이다.

‘직장의 신’이 슬프고 기쁜 감정이 모두 존재하는 직장생활을 단면을 그려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역시 직장 잔혹동화로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무한도전’은 지난 달 직장인의 다양한 캐릭터로 만드는 콩트 ‘무한상사’를 통해 정리해고를 소재로 다뤘다.
‘무한상사’는 무능력하고 어느새 회사 내 짐짝 같은 존재가 된 정과장(정준하 분)이 안타까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는 내용을 담았다. 혼신을 담아 일을 하던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가 된 후 눈물을 흘리는 정과장의 모습은 직장인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이처럼 최근 안방극장이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표현하는 직장생활은 잔혹하리만큼 냉정하고, 쓰디쓴 인생사가 투영돼 있다. 그렇지만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냉혹한 현실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 혹자는 피말리는 경쟁 속 판타지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안방극장은 잔혹동화 속에서 동료애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직장의 신’에서 권고사직 위기에 몰렸던 고정도 과장(김기천 분)은 동료들의 도움 속에 비록 아슬아슬하지만 정년보장의 꿈을 이뤘다. 임신으로 퇴사 위기에 놓였던 계약직 박봉희(이미도 분) 역시 동료들의 묵인 속에 재계약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비정규직인 계약직과 정규직을 구분 지으며 철저히 업무만 보던 미스김 역시 조금씩 와이장 직원들에게 동화되기 시작했다.
‘무한상사’ 정과장도 마찬가지다. 정리해고의 피바람 속에서도 정과장의 퇴사를 아쉬워하는 동료들의 안타까움은 표현됐다. 그리고 그의 퇴사를 결정했고 그동안 정과장을 구박했던 유부장(유재석 분)의 착잡한 심정을 통해 직장생활이 그리 비인간적인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한상사-정리해고’ 편 2탄이 준비돼 있다. 정과장이 퇴사 후 치킨집을 개업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 등이 담긴다. 2탄에는 정리해고 된 정과장의 뒷이야기를 통해 고된 일상 속에 언제나처럼 희망을 찾는 우리네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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