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는 역시 탁월한 방송인이었다. 수십 년 동안 방송계에서 쌓은 내공은 영화계의 대모 윤여정 앞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서는 이경규의 게스트 맞춤형 진행력이 발휘됐다. 동생처럼 누님 윤여정의 돌직구를 귀엽게 받아치는 등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통 게스트들을 상대할 때는 특유의 강한 독설로 쏟아 부으며 게스트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면서 웃음을 유발하지만 이날은 독설은 하되 그 전과는 다른 유형의 독설이었다.

노희경 작가가 윤여정이 과거 나문희에게 연기가 어색하다고 지적해 울었다고 폭로, 윤여정이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서로의 연기를 격려하는 사이다”고 당황해 하자 이경규는 “저건 이간질이다”라고 맞장구를 치며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세 MC에 대한 돌직구 조언을 해달라는 김제동의 부탁에 윤여정이 “그런 건 뒤에서 한다”고 하자 이경규가 맞장구를 치며 “뒤에서 할 때 촬영하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윤여정은 “이경규의 조크가 좋다. 솔직하고 못된 개그”라고 말하자 이경규는 넉다운이 된 모습으로 또 한 번 출연진을 폭소케 했다.
이뿐이 아니라 이경규는 자신의 거친 표현에 윤여정이 우아하게 정정해 달라고 요청하게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윤여정이 “‘화녀’ 찍을 때 늦게 귀가하는 딸이 걱정돼 참다못한 어머니가 직접 촬영장에 왔다. 어머니가 굳게 잠긴 창고 같은 세트장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가 ‘뭣들 하는 짓이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경규가 “어머니가 촬영장에 뛰어 들었고”라고 말하자 윤여정은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윤여정의 말에 이경규는 바로 “어머니가 딸이 걱정돼서 촬영현장에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와 ‘아니 이게 뭐하는 짓들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고 정정, 윤여정이 만족해하자 너털웃음을 지었다.
누님 윤여정이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얘기할 수 있게 맞장구를 치면서 게스트를 방송에 몰입시키고 동생처럼 귀여운 독설을 날리며 윤여정의 웃음을 자아내는 이경규의 진행력. 역시 그는 ‘방송의 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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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힐링캠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