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강희가 '욱녀'로 돌아왔다. 사랑스러운 그녀는 왠지 화내는 모습까지도 귀여울 듯 하지만 몇 년 전 영화 '애자'를 상기하면, 그녀의 연기 폭은 상상 이외로 넓다.
영화 '미나문방구'(16일 개봉)는 잘 나가던 공무원 미나가 억지로 떠맡게 된 골칫덩어리 문방구를 처분하려다 생각지 못했던 초딩 단골의 거센 저항에 맞닥뜨리면서 펼쳐지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얼마 전 MBC '7급 공무원'으로 다시한 번 '멜로퀸'임을 보여준 그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상대 배우 봉태규와 특별한 멜로 라인이 없다.
"굳이 멜로라고 한다면 초딩 수준의 멜로에요.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죠. 마지막 쯤에 나중에 같이 또 하자고 했어요. 멜로요? 왠지 태규 씨랑은 그냥 멜로는 상상이 안되네요."
앞서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주원에게는 '수호천사'란 표현을 썼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에 깜짝 게스트로 참여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최강희는 "예능은 다큐와 비슷할 것 같아서 편할 줄 알았는데, 여자가 나 혼자라 많이 어색하더라. 주원이 정말 곁에서 떠나지 않고 항상 있어줬다"라며 주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젠 연하 배우와 더 많이 연기하게 되는 건가"라고 묻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 아직까지는 연상 연하가 다 적당했다"라며 이선균, 지현우, 지성, 주원 등 지금껏 함께 연기한 배우들을 되뇌었다. "나이를 떠나 정말 상대 배우분들한테 사랑 많이 받았어요. 연기할 때 많이 사랑을 받았죠. 감사하게도"라며 특유의 맑은 눈을 반짝였다.
그간 호흡을 맞춘 많은 남자배우 중 이상형이 누구냐고 물었다. 고민고민하는 그. "극 중 캐릭터로는 '7급 공무원' 찬성이요. 자기만의 규칙이 있고 냉정하지만 따뜻한 캐릭터였죠. 멋있어요."
이제 나이에 맞는 역을 하고 싶다지만 '엄마' 역은 거부한단다. "이제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연상 연하 커플은 좋은데, 이제 내가 어린 역은 좀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최근에 세운 나만의 '룰' 중 하나가 엄마 역할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거에요. 친구들이 애 낳고 하는 것을 보면 엄마 연기는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모성애나 부성애는 상상으로 할 수 있는 범주 안에 들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실제 '엄마'가 되고 싶지 않냐고 묻자 아직까지는 결혼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실제로 외로움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작품, 팬, 가족, 시청자(관객)가 있어 특별히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완전체인가?"란 농담섞인 질문에 "하하하. 그럴수도"라고 대답하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덧붙인 말. "다만, 최근 장영남 선배를 보고 결혼이 참 좋은 거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저는 정말 '장영남 빠'에요."
'미나문방구' 얘기로 돌아가서 주인공 미나가 본인과 얼만큼 닮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그는 "닮은 것 같다. 인정하기 싫은 모습 마저도"라고 대답했다. 이어진 잠깐의 정적.
"멜로도 없고 큰 신파도 없고 코믹도 없고 자극적인 것도 없어요. 대신 적절한 분노, 적당한 힐링이 있죠. 저도 제가 시크하다고, 열정적이라고 하고 싶어요. 하지만 전 너무나 적절한 사람이에요. 또 전 미나와는 다르게 저혈압이고 화가 나면 자는 스타일에요. 시간에 나를 맡기는 타입인 거죠."
이번 영화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한 촬영이기에 더욱 특별했다. 촬영장에서 '특공대'라 불린 아이들(연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아역배우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각 지역에서 온 일반 초등학생들이었다. 한 마디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스태프들이 열명 씩 다섯 줄을 세우는데 두 시간이 걸렸대요. 하하. 전 정말 옛날로 돌아간 것 같더라고요. 잠옷 입고 뛰어다니던 것, 엄마가 '밥 먹어라!'라고 큰 소리로 불렀던 것. 그러면 아이들이 하나 둘 아쉬워하며 집에 들어가고. 그리고 그 때의 바깥 냄새. 이런 게 생각났어요. 애들 구경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애들은 정말 순수하니까."
탄탄한 필모그래피 만큼 이제는 작품 속 연기력을 담보하는 그다. "갈수록 연기하는 게 어떤가"란 질문을 하자 최강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는 갈수록 못하고 갈수록 어려워요. 갈수록 몰입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세상에 대해)많이 알아가서 그런 것 같아요. '미나문방구'를 찍으면서 애들이 부러웠어요. 애들은 주눅 들지도 않고 쭈뼛댈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를 낮춰 생각하는 게 없잖아요. 그런 직구로 행동하는 것들, 아이들만의 특유의 순수함을 닮고 싶더라고요."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내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과거는. 아버지랑 어머니랑 다정하고 화목하게 사진을 찍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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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