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치밀한 관리가 필요한 선수였다. 이미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겪고, 야구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나서는 투수였다. 그만큼 팀이 더욱 조심스럽게 그를 보듬어야 했다. 그러나 잇단 투수진 누수로 인해 연투는 물론 임시 선발로까지 나오게 되었고 결국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마운드를 내려왔다. 1123일 만의 선발 등판서 1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한 이재우(33)의 강판은 얄팍해진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재우는 7일 문학 SK전에서 1이닝 3피안타(사사구 3개) 4실점으로 3-8 경기의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2010년 4월 10일 잠실 LG전 도중 팔꿈치 통증으로 강판했던 이재우는 1123일 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섰으나 이번에도 팔꿈치 통증으로 그라운드에서 트레이너를 호출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1123일 전 이 등판 후 이재우는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경기 전 만난 이재우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오랜만의 선발 등판이라 긴장한 감이 역력했던 터라 이재우는 말을 아꼈다. 지난 3일 잠실 LG전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계투로서 호투를 펼친 뒤 4일 만에 나선 경기. 선취 1점을 얻고 경기에 나섰으나 이재우는 이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최고 구속 140km에 포크볼-슬라이더-커브 모두 제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이재우는 2회말 선두타자 정근우 타석에서 볼 세 개를 내리 던지고 “아파서 못 던지겠다”라는 뜻을 밝힌 뒤 물러났다.

투구 기록을 떠나 이재우가 어떤 투수인지 돌아봐야 한다. 이재우는 2005시즌 홀드왕좌(28홀드)에 오르며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공익근무 소집 해제 후 2008시즌에는 11승을 올리며 또 한 번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인도했다. 2009시즌에는 계투 KILL 라인 맏형으로 팀을 이끈 투수다. 그러다 2010시즌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수술을 받은 뒤 이듬해 재활 중 다시 인대가 끊어지는 불운으로 인해 또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은 말이 쉽지 선수 생명을 건 위험한 일이다. 끊어진 팔꿈치 인대를 잇기 위해 의료진은 전신 마취와 함께 다른 부위의 인대를 떼어내고 팔꿈치 인대로 이식한다. 이재우의 양 손목에는 인대가 없다. 팔꿈치에 옮겨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수는 그에 대한 부상 재발의 우려와 연투 혹은 많은 투구수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만큼 팀이 투수를 부상 이전보다 소중하게 아껴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 두산의 팀 상황은 그 부분에서 신경을 써주기가 힘들다. 선발진에서도 이용찬의 팔꿈치 뼛조각 수술에 이은 새 외국인 좌완 개릿 올슨의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적지 않은 공백이 생겼다. 유희관-이정호 등 깜짝 선발이 로테이션을 돌 때마다 한 명씩 모습을 비추던 현실. 시즌 초반 계투로 나섰던 이재우는 깜짝 선발이 아닌 대신 투구수 50~60구 수준에서 지켜보는 정도였다.
시즌 초반 이재우가 연투를 한 것은 아니다. 팀에서도 어느 정도 관리를 해준 것이 사실이다. 당초 팀의 계획은 6월 중순 경 이재우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주며 차근차근 투구수를 늘려갈 방안이었다. 그러나 잇단 선발진 공백으로 인해 이재우의 선발 실전 투입 시점이 빨라졌는데 여기서 탈이 났다.
말 못할 심적 부담도 있던 것이 사실. 시즌 초반 임시 마무리로 나서던 때 이재우는 “마무리로 나서는 것이 솔직히 너무 힘들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미 2008시즌 정재훈을 대신해 뒷문지기로 나설 때도 “승계 주자 실점이 많아져 마무리는 힘들다”라고 했던 이재우다. 갑작스레 선발 등판 일정이 잡혔을 때도 이재우는 “잘 할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부상 재발을 이미 겪었던 만큼 심적 부담도 다른 투수들보다 더욱 컸다.
허나 팀 상황은 이재우에게 좀 더 여유를 주지 못했다. 오현택-유희관-이정호 등 그동안 기대를 받지 못했던 투수들이 주전력이 되기도 했으나 선발진 공백은 물론 계투진에서도 마무리 홍상삼의 난조가 있었고 셋업맨 후보였던 김강률은 현재 2군에 있다. 그나마 2년차 사이드암 변진수가 다시 씩씩함을 찾은 것이 위안거리였으나 앞서 언급한 3인방은 아직 풀타임 시즌 경험이 없다. 이재우는 정재훈과 함께 한여름 고비서 투수진의 난관을 뚫어줄 베테랑이었으나 그 계획도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겼다.
이재우는 연습생으로 자신의 지명권을 지녔던 두산을 노크해 전력분석원, 배팅볼 투수 등을 하다가 한 팀의 주력 투수가 되고 태극마크까지 가슴에 단 입지전적 투수다. 그리고 야구 인생의 위기를 겪고 나서 값진 2승을 따낸 뒤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다”라던 성품 소박한 투수다. 듬성듬성 구멍난 두산 투수진. 그리고 이재우는 다시 팔꿈치를 부여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부디 이재우의 팔꿈치 통증이 그저 일시적인 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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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