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도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의 특성상 투수들도 주기적으로 타격 연습을 한다. 본업이 아니기에 대충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류현진(26)과 클레이튼 커쇼(25)의 타격 훈련 과정은 진지했다. 잘 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원정 3연전에서 모두 패하고 로스앤젤레스(LA)로 돌아온 다저스 선수들은 7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앞두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와 훈련에 임했다. 물론 비행기로는 얼마 걸리지 않는 시간이라 체력적으로는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정신적인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다가 연패에 빠진 팀 사정상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훈련 시간에도 이전에 비해서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야수들과 불펜 투수들이 외야에서 몸을 푸는 사이 선발 투수들이 먼저 배팅 게이지에 들어섰다. 불펜 투수들은 타석에 설 기회가 거의 없지만 선발 투수들은 사정이 다르다. 경기 상황에 따라 2~3타석을 소화하곤 한다. 나름대로 중요성을 가지는 훈련인 것이다. 매일 하는 훈련도 아니기에 집중력도 필요하다. 이날은 류현진과 커쇼를 비롯, 맷 매길 등 선발 투수들이 돌아가면서 배팅볼을 쳤다. 진지한 분위기만큼이나 방망이도 날카롭게 돌아갔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커쇼였다. 남다른 타격 솜씨도 가지고 있는 팔방미인 커쇼는 배팅볼을 우측 담장 밖으로 넘기는 괴력을 과시했다. 대부분의 타구가 외야로 나갔다. 에이스의 특성상 타격 연습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을 것 같았던 선입견과는 반대였다. 공 하나를 놓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쳤다.
다저스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을 자랑하고 있는 류현진도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당시 방망이를 쓸 일이 없어 아직은 타석이 낯설다. 주기적으로 타격 훈련에 임한 동료들에 비해서는 이런 광경도 어색하다. 하지만 류현진은 배팅볼을 계속 받아치며 언제 있을지 모를 기회에 대비했다. 거의 대부분의 타구를 잡아 당겼고 몇몇 타구들은 라인 드라이브성으로 외야를 향했다.
그 외 신예 축에 속하는 매길도 타격 재능을 선보였다. 메이저리그(MLB)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되는 선수라 훈련에 대한 열의는 실전을 방불케 했다. 이처럼 비록 자신의 주 임무는 아니지만 훈련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역시 프로들의 집합소인 메이저리그다웠다. 올 시즌 빛을 발하고 있는 다저스 투수들의 타격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skullboy@osen.co.kr
로스앤젤레스=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