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에는 누구를 써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LA 다저스의 선발진이었다. 그러나 그 양상은 한 달도 되지 않아 싹 바뀌었다. 그 사이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놓으며 선발진을 떠받치고 있다.
다저스는 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2-9로 지며 지구 최하위로 처졌다. 경기 후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형편없는 경기”라고 할 정도로 경기력 또한 좋지 않았다. 타선도 문제였지만 역시 선발투수 크리스 카푸아노가 무너진 것이 컸다. 종아리 부상에서 돌아온 뒤 이날 복귀전을 치렀던 카푸아노는 4이닝 동안 홈런 2방을 맞으며 6실점(5자책점)했다. 경기는 여기서부터 꼬였다.
문제는 이런 경기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저스 선발진은 연쇄 붕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겨울 6년간 1억47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데려온 잭 그레인키는 난투극 끝에 쇄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 비싼 투수의 올 시즌 출장 경기는 2경기에서 멈춰있다. 채드 빌링슬리 역시 2경기만을 던진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선발요원 2명이 부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조시 베켓은 6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5.24로 부진하다. 전성기 모습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다. 역시 베테랑인 테드 릴리도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5.63의 기록을 남긴 채 부상자 리스트로 향했다.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던 카푸아노 또한 복귀전에서 부진한 것을 비롯, 4경기(선발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10.38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부상자들로 4월 한 달에만 9명의 선발 투수를 쓴 다저스다. 시즌을 끌어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된 상태다. 이 와중에 그나마 자기 몫을 하는 선수가 바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3승씩을 따냈다. 다저스의 올 시즌 선발승은 8승인데 두 선수가 6승을 합작했다. 나머지 선수들이 맡은 15번의 경기에서 다저스 선발 투수들은 2승뿐이다. 승률(.133)이 2할도 안 된다.
커쇼야 항상 제 몫을 하는 팀의 에이스다. 하지만 시즌 시작 전까지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던 류현진의 활약상은 기대 이상이다. 때문에 다저스 내부나 현지 언론들의 평가도 한국에서 느끼는 체감 이상으로 높다.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고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의 꾸준함에 주목 중이다. 어려울 때 자기 몫을 해주는 이들은 더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류현진이 강한 인상을 심어준 가운데 이제 다저스가 살아나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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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