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던 LA 다저스가 오히려 남아있던 자존심마저 구기고 있다. 팀 연봉만 2억3000만 달러(2500억 원)로 추산되는 다저스지만 “돈으로 승리를 살 수 없다”는 격언만 확인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다저스는 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투·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한 끝에 2-9로 졌다. 이날 패배로 13승18패(승률 .419)가 된 다저스는 최근 샌디에이고가 줄곧 지키던 지구 최하위의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이미 6연패를 기록한 적이 있는 다저스는 또 한 번 5연패의 궁지에 몰렸다.
7일 경기는 올 시즌 다저스가 보여주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다. 우선 선발 투수인 크리스 카푸아노가 4이닝 밖에 버티지 못한 채 6실점(5자책점)하고 내려갔다. 다저스의 올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은 4.02으로 내셔널리그 8위고 소화이닝은 176⅔이닝으로 10위다.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이상 3승)을 제외하면 선발승은 2승에 머물고 있다. 그 2승을 나눠 가진 잭 그레인키와 채드 빌링슬리는 부상 중이거나 시즌 아웃이다.

주자가 있을 때 방망이는 역시 침묵했다. 이날 다저스는 7안타를 쳤지만 2득점에 그쳤다. 그나마 1득점인 칼 크로포드의 솔로 홈런이었다. 다저스는 이날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7번의 기회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올 시즌 다저스의 팀 타율은 2할5푼5리(5위)로 나쁘지 않지만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은 2할3푼8리(11위), 득점권 타율은 2할1푼6리(13위)로 떨어진다. 팀 홈런도 22개로 14위다. 반면 28개의 병살타는 리그에서 6번째로 많다.

이날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투지와 집중력조차 실종된 모습이었다. 그나마 제 몫을 하던 칼 크로포드는 5회 디디 그레고리우스의 평범한 외야 뜬공을 글러브에서 흘리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간판격인 맷 켐프는 8회 안타를 치고 무리하게 2루까지 내달리다 상대의 정확한 중계 플레이에 걸려 횡사했다. 여러모로 다저스타디움의 팬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 역시 경기 후 “형편없는 경기였다”고 인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압박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다저스타디움에는 점점 빈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일부 팬들의 야유도 간간히 들릴 정도다. 현지 언론들도 매팅리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동일 지구 팀들에게 5승14패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다저스로서는 지금 시점이 중요하다. 더 이상 처지면 만회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망은 썩 밝지 않다. 다저스에는 전 포지션에 걸쳐 부상자들이 넘쳐 난다. 남아 있는 선수들도 자신의 이름값보다 못한 성적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매팅리 감독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팀 분위기에도 좋을 것이 없다. 철근과 콘크리트를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2500억을 쏟아 붓고도 모래성이 될 위기의 다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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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