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 SF팬들의 조롱, “다저스는 멍청한 부자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08 06: 12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앙숙으로 유명하다. 뉴욕과 브루클린을 연고로 출발했던 두 팀의 역사, 그리고 같은 시기에 서부로 이동한 인연, 여기에 같은 지구에서 매번 맞부딪히며 쌓인 라이벌 의식이 얽히고설킨 결과다.
선수들도 나름대로의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팬들은 더 심하다. 선수들은 팀을 옮길 수 있지만 팬들에게 응원팀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 감정이 상하다보니 팬들끼리 다투거나 심지어 난투극을 벌여 상해를 입히는 불상사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두 팀의 맞대결에는 경찰 병력들이 동원될 정도다. 이쯤 되면 야구가 아닌 전쟁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가 지난 4일(한국시간)부터 6일까지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AT&T 파크에서 만났다. 야구장의 경관만 놓고 보면 MLB에서도 손꼽히는 AT&T 파크지만 경기장 내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아름다운 경관을 긴장시킬 만한 살벌함이 경기장을 지배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응원에 나선 팬들도 곳곳에 있었으나 주황색 물결을 이룬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응원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다저스를 초청한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겨우 내내 아껴놨던 목소리를 유감없이 내뿜었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BEAT L.A!”라는 구호가 넘실거렸다. 우리처럼 구호를 선도하는 응원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에선가 한 사람이 시작하면 모든 팬들이 따랐고 5초도 되지 않아 4만 관중의 합창으로 이어졌다. 일부 극성스러운 팬들은 경기 내내 다저스 선수들에게 욕설을 뱉기도 했다.
이런 열광적인 응원의 힘이었을까.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더군다나 모두 1점차 승리였다. 4일과 5일에는 끝내기 홈런으로 다저스를 침몰시키기도 했다.  AT&T 파크 개장 이후 유일하게 다저스에게만 상대전적에서 열세였던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3연전을 통해 60승60패의 균형을 이뤘다. AT&T 파크는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다저스에 대한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적개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차에 거둔 싹쓸이라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해 개막전에서 있었던 사건이 발단이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관전했던 한 샌프란시스코 팬이 다저스 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 것이다. 이 팬은 지난해 말에서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한 주재 기자는 “그 사건이 샌프란시스코 지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팬이 깨어난 것이 한동안 지역의 가장 큰 화제가 되기도 했을 정도다. 그 사건 이후 다저스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됐다. 샌프란시스코에도 류현진의 등판을 보고 싶어 하는 한인들이 많지만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다저스의 한 관계자도 “류현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한인들이 있을 텐데 샌프란시스코가 지기라도 하는 날은 안전이 문제다”고 걱정했다.
다행히 3연전은 별다른 문제없이 끝났고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승리에 도취해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팬들은 다저스를 흉보기 바빴다. 한 팬이 경기장 복도에서 “LA의 멍청한 부자들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샌프란시스코를 지칭)이 쓸어버렸다”고 소리치자 주위의 팬들이 소리를 지르며 동조하기도 했다. 다저스의 대대적인 투자를 곱지 않은 시선을 쳐다보는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시선, 그리고 지난 3년간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LA가 태양의 도시라면 샌프란시스코는 안개의 도시다. LA가 헐리우드 등을 낀 굵직한 산업도시라면 샌프란시스코는 히피 문화의 정신이 깃든 자유분방한 도시다. 분명 공기가 다르다.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로 불리는 LA에 대한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반감이 자이언츠를 통해 투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분간 만날 일이 없는 두 팀은 장소를 다저스타디움으로 옮겨 6월 25일 다시 맞붙는다. 다저스 팬들의 반격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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