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아닌 선수들도 일년에 한 번, 프로와 맞붙어 승리하는 단꿈을 꾼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이 펼쳐지는 FA컵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매년 누군가는 '칼레의 기적'을 꿈꾸며 프로의 아성에 도전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의 장, 2013 하나은행 FA컵이 8일 전국에서 일제히 32강전 경기를 치른다. 프로-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오직 단 한 팀만 차지할 수 있는 한국축구 최강의 왕좌에 오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이들의 불꽃튀는 대결이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하는 셈이다.
32강전이 특별한 이유는 1, 2라운드에 참전하지 않았던 K리그 클래식 14개팀이 FA컵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6개팀과 아마추어인 내셔널리그 6개팀, 챌린저스리그 2개팀, 대학 4개팀에 맞서 자존심을 지켜야한다. FA컵 우승에 걸려있는 단 한 장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보상이다.

물론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FA컵에서 결승까지 오른 4부리그 칼레처럼, 한 판으로 생사가 결정되는 FA컵 토너먼트에서는 프로팀들도 마냥 방심할 수만은 없다.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꿈꾸는 아마추어들이 프로를 향해 칼을 갈고 있는 이유다.
아마추어팀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올해에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졌다. 10년 만에 돌아온 '지지대 더비'는 FA컵 32강을 관통하는 가장 흥미진진한 대결이다. 안양과 수원 사이를 잇는 1번 국도의 지지대 고개에서 유래한 이 더비는 안양의 연고 이전이 얽혀 한층 더 흥미진진하다. 두 팀 서포터가 맞대결을 앞두고 '오리히널 클라시코(Original Clasico, 스페인어로 '최초의 고전'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기대가 큰 맞대결로, 이번 32강 최고의 빅매치가 아닐 수 없다.
최용수 감독이 모교인 연세대와 맞붙는 서울-연세대의 경기도 주목받을 만하다. 이 대결에는 '독수리 더비'라는 이름이 붙을 만하다. 최용수 감독의 현역시절 별명인 독수리는 연세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연세대 학생이면서 서울팬이라면 누구를 응원해야 좋을지 고민이 클 경기다.
2라운드서 2부리그 프로팀 부천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고 올라온 전북매일도 요주의 대상이다. 챌린저스리그의 전북매일은 부천과 연장 120분 혈투를 벌인 끝에 승부차기로 32강에 진출, 프로팀과의 대결 기회를 잡았다. 상대는 요즘 최고로 '핫'한 구단, 인천이다. 이천수, 김남일 등 2002 월드컵 스타들을 앞세운 인천은 K리그 클래식서도 고공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전북매일의 패기어린 도전이 인천을 무릎꿇리고 한국판 칼레의 기적으로 돌아올지, 아니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될 지 흥미진진한 한 판이 아닐 수 없다.
▲ 2013 하나은행 FA컵 32강 대진표
△ 오후 7시
광주FC-충주 험멜(광주월드컵경기장)
제주 유나이티드-건국대(제주월드컵경기장)
강원FC-경주한국수력원자력(강릉종합운동장)
전북 현대-용인시청(전주월드컵경기장)
김해시청-부산 아이파크(김해종합운동장)
△ 오후 7시 30분
FC서울-연세대(서울월드컵경기장)
대구FC-수원FC(대구스타디움)
울산 현대-이천시민축구단(울산문수축구경기장)
경남FC-울산현대미포조선(창원축구센터)
인천 유나이티드-전북매일FC(인천축구전용경기장)
대전시티즌-고양 Hi FC(대전월드컵경기장)
포항 스틸러스-숭실대(포항스틸야드)
상주 상무-목포시청(상주시민운동장)
성남 일화-동의대(탄천종합운동장)
전남 드래곤즈-강릉시청(광양축구전용경기장)
△ 오후 8시
FC안양-수원 삼성(안양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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