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이 지나면 다른 선수들의 책임 무게감이 너무 커질 것이다”.
무게감이 슬럼프로 이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과부하로 인해 남은 선수가 부상을 입고 잇달아 전열 이탈한다면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허벅지 부상 후 재활 단계에 있는 외국인 좌완 개릿 올슨(30)의 회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두산 베어스 투수진은 자칫 동반 침몰할 수도 있다.
두산은 지난 7일 문학 SK전에서 3-8로 패하며 시즌 전적 16승 1무 10패(7일 현재)로 삼성과 공동 3위에 위치해 있다. 선발로 내세웠던 이재우가 1이닝 4실점한 뒤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중도 강판했고 결국 이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끌려가다 패한 두산이다.

경기 전 김진욱 감독은 개막 후 계투로 뛰던 이재우를 선발로 내세운 데 대해 “50~60구 정도를 소화하게 할 것이다”라며 감각을 쌓아주게 하고 김상현을 롱릴리프로 투입할 예정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재우가 갓 1이닝을 채우고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강판하며 계획이 흐트러졌다. 이재우는 2010년과 2011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투수다. 세부적인 검진은 8일 받을 예정으로 아직 정확한 팔꿈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술 전력이 있는 만큼 선수 본인은 물론 두산이 노심초사하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기존 선발 로테이션의 공백으로 인한 여파도 컸다. 이미 선발진 공백으로 인해 3년차 우완 이정호가 예비 선발 보직으로 두 차례 선발 등판했고 좌완 계투 유희관은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 5⅔이닝 5피안타 무실점 선발승을 거두고 다시 계투로 돌아갔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가벼운 등 근육통으로 한 턴을 걸러 주말 선발 등판이 유력하지만 남은 한 자리. 올슨의 공백이 문제다.
비시즌 팔뚝 부상을 이유로 두산 재합류에 난색을 표한 켈빈 히메네스를 대신해 지난 3월 새 외국인 좌완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올슨은 올 시즌 3경기 평균자책점 6.52를 기록하고 현재 허벅지 재활 중이다. 지난 4월 12일 잠실 롯데전 등판이 마지막.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인한 2주 진단이 나왔으나 어느새 다친 지 한 달 가까이 되고 있다. 러닝 재개는 일주일 가량이 되었으나 아직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는 돌입하지 않았다.
5월말까지 기다려보겠다는 두산의 계획. 새 외국인 투수를 찾을 법도 하다. 그러나 아직 메이저리그 시장은 트리플A 리거들이 빅리그 콜업을 기다리는 끝물의 시기다. 오퍼를 한다고 해도 단시간 내 찾는 것은 아직 어렵다. 리그 검증이 안 된 새 얼굴을 발탁하는 것도 위험도가 있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두산이 다른 팀의 외국인 투수를 데려와 보유권을 사들이는 대신 국내 선수를 붙여주는 트레이드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산은 최근에도 트레이드 소문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팀. 타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만한 선수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이 생각하는 반대 급부의 가치와 다른 팀이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 트레이드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더욱이 아직 국내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맞트레이드는 그리 활성화된 편이 아니다. 2005년 KIA 다니엘 리오스(+내야수 김주호)를 데려오고 좌완 전병두(SK)를 주며 재미를 봤던 두산이지만 돌아보면 전병두가 SK에서 맹활약하는 것을 도와준 일과도 같았다. 당장은 쏠쏠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하기 힘든 외국인 선수 트레이드다.
결국 올슨이 최대한 빨리 나아서 이전 3경기 패턴이 아닌, 환골탈태한 투구를 보여줘야 두산이 산다는 답이 나온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결국 남아있는 선수들의 악전고투가 이어지고 과부하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인 투수 없이 사실상 1주일을 보낸 것과 다름없는 두산은 언제 올슨 덕택에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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