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특급 마무리가 탄생할까.
NC 고졸신인 우완 투수 이민호(20)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이민호는 지난 7일 마산 한화전에서 1⅔이닝 2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2경기 연속으로 세이브를 올리며 NC의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았지만 이날 경기는 처음으로 마무리에 실패했다.
하지만 마산구장을 메운 창원팬들은 누구도 이민호를 향해 비난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이가 다름 아닌 이민호였기 때문이다. 패배 이상으로 값진 강렬함을 뽐내며 차세대 특급 마무리투수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8회초였다. NC가 4-3으로 리드했으나 8회초 안타 2개, 볼넷으로 무사 만루 역전 위기에 몰렸다. 이 순간, NC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 이민호를 긴급 투입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제 프로 데뷔 첫 해의 고졸 마무리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민호는 거침없었다. 정현석을 상대로 1~2구 연속 강속구를 던지며 힘으로 윽박지른 뒤 3구째 슬라이더로 2루 내야 뜬공을 잡으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대타 이양기와 6구 승부 끝에 바깥쪽 꽉 차는 149km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여세를 몰아 추승우마저 좌익수 박정준의 호수비로 뜬공 처리하며 실점없이 무사 만루 위기를 넘기는 대담함을 자랑했다. 마산구장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록 이민호는 9회초 투아웃까지 잡고도 볼넷 2개로 남긴 주자 때문에 재역전패의 불씨를 남긴 채 패전투수가 됐지만, 8회 무사 만루 위기를 실점없이 막는 과정에서 강심장을 유감없이 자랑했다.
이민호의 강점은 평균 150km 안팎의 강속구. 이날 이민호가 던진 33개 공 중에서 무려 26개가 직구였는데 한화 타자들이 알고도 제대로 치지 못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한화 정현석은 "이민호의 볼이 정말 좋더라. 특히 낮은 코스로 제구가 잘 됐다. 투수라면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민호가 그런 스타일"이라고 했다.
NC 김경문 감독도 이민호의 강심장을 인정했다. 김 감독은 "이민호를 마무리로 쓰고 있는 중이다. 속으로는떨릴지 몰라도 겉으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줄 안다. 고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되는 선수인데 왜 안 떨리겠나. 감독인 나도 손에 땀이 난다. 하지만 떨리는 모습을 안 보이는 것만으로도 자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호는 부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에 우선 지명될 때부터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발목 수술로 지난해에는 전반기까지 주로 재활에 전념했지만, 후반기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하며 점차 고교 시절 구위를 회복해가고 있다. 1군 데뷔 첫 해부터 강속과 강심장으로 마무리 중책을 맡고 있는 이민호의 성장세에 더욱 시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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