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많이 실망했는데…".
한화 외야수-김경언(31)은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명단에 제외됐다. 몸 아픈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코칭스태프에서는 그를 전력에서 배제했다. 그는 따뜻한 오키나와 대신 칼바람 부는 서산에서 입김을 불어가며 스윙을 돌리고 또 돌렸다.
혹독한 겨울이 끝나자 김경언에게도 봄이 찾아왔다. 시범경기 때부터 이정훈 2군 감독의 추천으로 1군 선수단에 합류한 김경언은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1군 엔트리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도 당당히 주전으로 선발 라인업을 차지하고 있다.

성적을 보면 더 놀랍다. 21경기에서 71타수 25안타 타율 3할5푼2리 1홈런 7타점. 볼넷 8개를 골라내 출루율은 4할1푼8리이고, 2루타 5개와 3루타-홈런 1개를 더해 장타율도 0.493에 달한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무려 0.911.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팀 내에서는 4번타자 김태균(0.966) 다음으로 높다.
김경언은 매해 특정 시기에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는 그 기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KIA 시절부터 김경언과 함께 한 이대진 한화 투수코치는 "원래 잘 하던 선수인데 이제야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코치의 말대로 김경언은 고교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였다.
그동안 프로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지만 올해는 데뷔 후 최고의 해를 만들어갈 조짐이다. 그는 "그냥 운이 좋은 것"이라면서도 "사실 캠프 탈락 이후 어느 때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처음에는 전력에서 배제되는 것 같아 실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서산에서 이정훈 2군 감독님의 지도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정훈 감독님께 타격하는 법이나 몸 관리하는 것부터 정신적인 부분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부터 열심히 준비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며 "기술적으로는 하체를 고정시키고, 밸런스를 유지하며 정확하게 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구의 질이 한층 날카로워졌고,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근성도 살아있다.
김경언은 "난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는 선수다.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앞으로도 계속 페이스를 이어가는 게 과제다. 아무래도 체력이 관건인데 체력 훈련도 열심히 했다"며 "요즘 5번 타순을 맡고 있지만 부담은 없다. 어느 타순이든 부담을 느끼거나 할 틈이 없다. 매 타석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회의 소중함을 깨달은 '대기만성형 선수' 김경언이 뒤늦게 잠재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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