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왜 이러지, 남자들이 살리는 드라마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5.08 07: 43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 이하 장옥정)는 남자 배우들이 살리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이 극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옥정'은 배우 김태희를 위한 드라마로 시작했지만, '유아인, 사랑에 살다'란 말이 나올 만큼 숙종 이순 유아인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간 숱하게 그려진 숙종 캐릭터의 틀을 깨고 멜로 감성과 강한 남성미로 무장한 이 젊은 왕은 여심을 마구 흔들고 있다. 
충무로와 브라운관 20대 대표 남자 배우 중 한 명인 유아인은 김태희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어색함 없이 왕의 무게감을 전달하고 있으며 오히려 장옥정보다 극을 주도해가는 느낌이다. 안정된 중저음 대사 톤과 왕의 드라마와 장옥정과의 멜로에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게 만드는 풍부한 감정연기는 보는 이의 몰입도를 높인다.

다른 한 명은 동평군 이항 역 배우 이상엽이다. 장옥정을 사랑하지만 끝내 그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는 동평군 이항은 멜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7일 방송에서 음모로 궁에서 쫓겨난 옥정에게 청국행을 제안하지만 옥정과 숙종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절절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는 기존과 다른 장옥정 드라마의 모습으로, 장옥정을 가운데 둔 이들의 삼각관계 뿐 아니라 숙종과 동평군 이항의 브로맨스(브라더 + 로맨스) 코드도 흥미롭다. 시간이 지날수록 팽팽한 삼각관계는 자연스레 줄어들겠지만, 동평군 이항의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다.
또 다른 큰 인물은 장옥정의 당숙 장현으로 출연 중인 배우 성동일이다. 성동일은 보는 이의 감탄을 일으킬 만큼 전매특허 코믹의 요소를 말끔히 제거하고, 주인공의 조력자인 동시에 악역의 역할도 하는 이중적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해 내고 있다.
극중 장현은 장옥정을 변화시키는 데 불을 지피는 인물이다. 끊임없이 장옥정을 도발하면서 그녀를 자각시키는 그는 자신의 가슴에 품은 야욕을 장옥정에게 전이시킨다. 7일 방송에서는 드디어 장옥정이 눈물을 흘리며 장현의 손을 잡았다. 이 때 지은 성동일의 환희와 욕망이 뒤섞인 비열한 표정은 일품. 비교적 표정 연기가 유연하지 못한 김태희 대신 더욱 눈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의 장옥정 드라마가 '여인천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인들간의 암투와 신경전, 권력 싸움을 그려냈다면 10회까지 이번 장옥정은 착한 천민에서 권력층 야망가로 변신하는 장옥정의 캐릭터 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캐릭터 변화를 이끄는 것은 철저히 장옥정을 둘러싼 남성들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남자들이 살리는 여인의 드라마'가 되고 있다. 김태희가 긴장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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