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개' 이도아 "가학적인 성상납 장면, 알고 봤는데도.."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5.08 15: 50

말그대로 '충격'이다. 머리에서 당장이라도 뿔이 솟아날 것만 같이 악마처럼 그려진 남자는 힘 없는 여자를 가학적으로 성폭행한다.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라 말은 하지만 사실상 '성폭행'이다.
영화 '노리개'는 故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건드리고 있다. 부당하게 희생된 한 여배우와 비극 앞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 정의를 쫓는 여검사가 그의 부당한 죽음의 진실을 알리고자 거대 권력 집단과의 싸움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법정드라마 '노리개'는 성상납을 하게 되는 여배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보는 이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긴다.
극 중 유일한 목격자 고다령 역을 맡은 배우 이도아 역시 이처럼 적나라하고 가학적이기까지 한 '노리개' 완성본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미 시나리오를 읽고 성상납 장면이 가학적으로 그려질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영상으로 본 그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보자마자 마음이 무거웠어요. 전에 촬영 부분들을 못봐서 시사회때 처음 봤는데 말이 안나오더라고요. 충격적이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고 안좋아서 순간적으로 삼십분 정도 (감정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 성상납 장면이 애초부터 가학적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충격적이었어요."
쉽사리 되지 않는 투자에 '외압설'까지 나돌았던 영화 '노리개'. 이처럼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이 배우로서, 그것도 여배우로서 고민을 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그는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라는 것이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소재를 영화로 만든다는 것에 관심이 갔다고 했다.
"민감한 소재긴 하지만 픽션이고 영화니까요. 저는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소재고 궁금해하는 소재니까요. 그리고 영화라는게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민감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영화라고 생각해서 큰 고민은 없었죠."
그리 많은 분량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영화를 본 이들은 법정에서 성상납을 증언하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고다령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극 중 유일한 목격자인 그녀는 법정에 나와 성상납을 시킨 이, 그리고 성상납을 받은 이를 고발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 장면에서 고다령으로 분한 이도아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인사 또한 잊지 않았다.
"많이 힘들었어요. 촬영할 때 카메라를 혼자 마주보면서 해야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성상납의 장면을 목격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감정이 부족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죠. 그래서 최대한 집중해서 많이 울고 했는데 당시 고다령은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고민을 하고 하다가 마음을 먹고 법정에 들어왔고 정말 많이 떨리고 이로 인해 배우생활을 못하게 될수도 있지만 최대한 담대하게 진실을 얘기해야겠다'. 그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그리고 제가 감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감사하죠."
유일한 목격자로서 용기를 내 법정에 나선 고다령. 그렇다면 과연 고다령을 연기한 이도아는 실제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일까. 문득 궁금해져 질문을 던지니 불의를 보면 잘 못참는단다. 그래서 매니저한테 혼날 때도 있다고.
"정의감이 많은 편이예요. 어렸을때는 불의를 보고 참을 때도 있었는데 점차 나이가 들면서 참을성이 없어지더라고요(웃음). 누군가가 잘못도 안했는데 저한테 뭐라고 하면 발끈하고 그래요. 길거리에서 나쁜 일들을 보면 나서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니저 오빠한테 혼난 적도 있어요(웃음).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이도아는 어떻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걸까. 처음엔 배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그러나 우연히 단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모로는 경쟁이 안돼 연예계 생활을 아예 꿈꾸지 않았다는 귀여운(?) 망언까지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쪽 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저 직장일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주변 제의로 단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점차 연기가 재밌고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직장일을 그만두고 연기자로 전환하게 된거죠. 왜 연예계쪽 일에 대한 생각이 없었냐면 연예인은 정말 예쁘잖아요. 그 사이에서 내가 경쟁해서 잘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었어요. 연기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여자는 외모도 무시 못하잖아요. 그래서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엔 실력을 쌓자, 무조건 성격과 실력을 밀고 나가자라는 마음으로 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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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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