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는 아련한 추억의 공간이, 누군가에는 평생 짊어질 상처를 주는 혹독한 공간이다.
8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로 뚜껑을 연 영화 '미나문방구'는 학창시절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한 두 남녀가 바로 그 학창시절의 공간으로 빨려들어가 치유를 하는 내용이다.
미나(최강희 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툭하면 욱하는 도시 여자. 공무원인 그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욱'했다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에게 떨어진 미션은 아버지가 대출까지 받으며 무리하게 떠안고 있던 문방구를 처분하는 것. 어린 시절 문방구 집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방구'로 불린 데다, 자기보다 다른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쏟은 아버지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는 그에게 고향행은 고문 그자체다.

영화는 미나가 문방구를 떠맡아 아이들에게 성질을 냈다가, 또 문방구를 처분하기 위해 손님을 유치하려 갖가지 술수를 쓰는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살구, 고무줄, 팽이, 불량식품 등 지금의 성인 관객들이 향수에 젖을만한 소품도 다수 등장한다.
문방구 앞 게임기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초등학교 선생님 강호(봉태규 분)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비루하게 고향으로 돌아온 처지. 괴팍한 문방구 주인 미나와 얽히고, 학생들의 왕따 문제를 목격하면서 자신의 힘들었던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착하다. 그래서 뻔한 게 단점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을 둘러싼 각 문제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포토샵을 거친 듯 뽀샤시하고, 아이들은 금방 착한 속살을 내보인다. 각박한 어른이 착한 세계에 진입해 점차 동화돼가는 스토리는, 그동안 무수한 영화에서 반복돼온 공식에서 조금도 비틀지 않았다.
미나를 연기한 최강희는 욕설을 내뱉어도 나빠보이지 않는 본인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봉태규 역시 특유의 어리숙함과 선한 매력을 과시했다. 아역들의 어색한 연기가 몇번 몰입을 방해하지만, 역시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적과의 동침' 조감독 출신인 정익환 감독이 첫 연출을 맡았다. 별의별이 제작했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며 오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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