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살인의 추억'이 추억으로 남지 않았다면?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5.08 17: 00

영화 '살인의 추억'이 추억으로만 남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남아있는 피해자 가족들이 범인을 찾아나선다면, 그것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 모든 과정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강간·살인 사건과 유아납치·살인 사건이란 점에서 두 영화는 분명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과거의 사건의 범인이 여전히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아 흔적을 남기고 있고, 그것이 영화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
'몽타주'는 지난 7일 왕십리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언론에 첫 선을 보였다. 이 영화는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두 배우 엄정화와 김상경이 주인공을 맡았지만 신인 감독의 첫 영화란 점에서 기대작 취급은 못 받았던 작품. 그러나 베일을 벗은 '몽타주'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뛰어난 시나리오와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영화의 중심 축을 이루는 것은 과거 벌어졌던 '서진이 유괴사건'과 15년 후 되풀이되는 유괴사건. 과거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청호(김상경 분)는 15년 뒤 발생한 유괴사건에서 '서진이 사건'과 똑같은 수법을 발견하고 범인의 단서를 하나 둘 찾아간다. 그리고 두 사건 사이에서 청호와 여전히 딸을 납치한 범인 찾기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엄마 하경(엄정화 분),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 사이의 쫓고 쫓기는 게임이 시작된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속도감 있는 초반 10분. 서로 의미가 없어 보이는 장면들을 연결해 과거의 사건과 관련 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이 장면을 통해 과거의 사건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울 것임을 예고한다. 더불어 시간을 넘나드는 세련된 편집 역시 극 중 선보이는 여러 번의 반전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과거 딸을 잃어버린 엄마 하경 역을 맡은 엄정화의 뛰어난 모성애 연기는 스릴러 장르임에도 보는 사람들의 속을 후벼 팔 만큼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처음 본 김상경이 "눈물을 너무 흘려 창피하다. 엄정화에게 연기상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라고 말하기도.
또한 영화는 사건들을 통해 '공소시효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눈 앞에서 딸을 잃은 엄마의 계속되는 고통에 관객들은 안타 까움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과거 많은 영화들이 실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따 와 관객들의 감정적인 부분만을 건드린 채 영화적 재미를 놓쳤다면 '몽타주'는 치밀한 연출과 시나리오로 감동과 영화를 보는 재미, 두 가지를 다 잡았다. 간만에 등장한 볼만한 영화 '몽타주'가 제 2의 '살인의 추억'으로 자리매김하며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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