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34)이 과거 A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천수(32)와 호흡에 적잖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구단 사상 첫 FA컵 정상을 노리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복병' 전북매일FC(챌린저스리그)를 완파하고 16강에 진출했다. 인천은 8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32강전)서 남준재의 선제골과 설기현의 추가골, 프란시스의 페널티킥골, 이효균의 쐐기골을 묶어 김해수가 머리로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전북매일을 4-1로 완파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단연 설기현. 지난 시즌 인천의 돌풍을 이끈 그였지만 정작 올 시즌엔 부상에 가로 막혀 오롯이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3월 3일 경남FC와 개막전서 선발 출장, 허리 부상으로 2개월 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설기현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복귀전서 골까지 넣어 기쁘다. 동료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덕분에 편하게 경기를 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간 편하게 쉬었다. 길게 보면서 체력을 비축했다"는 설기현은 "인천의 상승세에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동료들이 잘해줘 고마웠다.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 상위권 위협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설기현은 이어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좋은 축구를 하고 있고, 능력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상위권으로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설기현은 지난 시즌 인천의 앞선을 책임졌다. 공격수들이 부진하는 가운데서도 40경기에 출전해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후반기 인천의 19경기 연속 무패행진의 일등공신이었다. 설기현은 "지난 시즌의 역할을 그대로 할 것이다. 결과도 내용도 좋아야 한다"면서도 "골도 중요하지만 동료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이천수와 호흡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둘은 지난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06 독일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대표팀의 좌우 측면을 도맡았다. 설기현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크로스를 올리든 천수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편 김봉길 인천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서 "설기현을 바꿔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계속 뛰려고 했다. 경기도 잘했지만 FA컵에서도 열심히 뛰어줘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고맙다"면서 "공격수들이 골을 많이 넣어 고민이 많아졌다. 1경기에 이들을 다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인천은 오는 12일 3위 제주 유나이티드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K리그 클래식을 치른다. 설기현과 이천수의 첫 호흡, 인천의 매서운 공격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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