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9실점. 그렇게 경기가 끝난 줄로만 알았다. 그렇지만 SK의 뒷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SK는 8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에서 13-1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한 때 10점 차까지 뒤졌지만 SK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는 법 없이 두산 마운드를 끊임없이 두들겼다. 이제까지 9점 차가 뒤집힌 건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두 번 있었다. 2003년 5월 27일 현대-KIA 경기가 그랬고, 2009년 9월 12일 한화-히어로즈 경기도 그랬다. 그렇지만 2013년 5월 8일, SK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SK는 1회초 선발 여건욱의 부진으로 힘들게 경기를 시작했다. 여건욱이 4피안타 2볼넷으로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고 6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갑자기 등판한 최영필도 3실점을 추가로 했다. 1회초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0-9, 누가 보더라도 이미 끝난 경기였다.

1회말 SK는 최정의 시즌 9호 솔로포로 한 점을 따라갔지만 3회말 홍성흔에 2타점 2루타를 맞아 1-11로 10점 차까지 끌려갔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지고있는 팀은 체력을 아끼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SK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백인식의 공이 컸다.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백인식은 4이닝을 2실점으로 성공적으로 막았다. 이어 등판한 진해수-윤길현도 3이닝을 1실점으로 나눠 틀어막았다.
그 사이 타선은 힘을 냈다. 5회말 박재상의 3루타와 조인성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따라갔다. 그래도 여전히 9점 차. SK는 6회말 김강민과 최정, 그리고 한동민과 박재상의 안타를 묶어 단숨에 4점을 따라 붙었다. 스코어는 6-11, 이제 다섯 점 차까지 붙었다.
두산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7회 김현수의 적시타로 한 점을 달아나 이날 12번째 득점을 올렸다. 점수는 다시 6점 차, 승리를 위한 안정권에 접어든 것같이 보였다. 하지만 SK는 8회말 다시 힘을 냈다. 1사후 박재상의 솔로포가 터졌고 정상호-최윤석의 안타와 조동화의 볼넷으로 만루를 채웠다. 여기서 김성현의 우중간 3타점 2루타, 박진만의 적시타가 연달아 나와 스코어를 11-12까지 좁혔다.
결국 SK는 9회 경기를 뒤집는다. 선두타자 한동민의 동점 솔로포가 나왔다. 이어 박재상의 볼넷, 정상호의 좌전안타가 이어졌다. 여기서 허를 찌르는 더블스틸로 SK는 무사 2,3루를 만든다. 끝내기 기회에서 최윤석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조동화가 고의4구로 1루를 밟아 1사 만루가 됐다.
이날의 영웅 김성현이 경기를 끝냈다. 앞선 8회 싹쓸이 2루타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던 김성현은 전진수비를 하던 두산 수비를 비웃기라도 하듯 좌익수 키를 훌쩍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SK의 13-12, 대역전승이었다.
극적인 역전승은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한국 프로야구 신기록을 수립한 SK가 비룡과 같은 기세로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이날과 같은 기적이라면 얼마든지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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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