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승리로 경기 결과는 마무리 됐지만 모두가 승자였다. 사상 처음 열린 '오리지널 클라시코(The original clasico)'는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관심보다 더 큰 참여로 인해 축제로 마무리 했다.
FA컵 32강 대진이 발표된 직후부터 수원과 FC 안양의 대결은 큰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그 관심은 언론과 축구팬들만의 관심이 아닌 안양 시민들의 진짜 관심으로 구현됐다. 이날 경기장에는 근래 FA컵 32강전에서 보기 힘들었던 관중들이 입장했다. 안양 운동장의 전광판에는 이날 1만1724명의 관중이 들어찼다고 새겨져 있었다. '축구 1번가의 부활'이라는 슬로건으로 K리그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안양은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특히 이날 안양운동장에 다시 부활한 것이 따로 있었다. 바로 '술판'이 그것이다. 지난 1983년 5월 8일 개막, 30년의 세월을 거친 프로축구가 서포터스 문화 등을 거치며 사라졌던 문화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1만명이 넘는 관중들 중 음주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프로 스포츠서 가벼운 음주 정도는 경기 몰입 흥분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서포터스 문화가 발전하면서 '술판'은 자연스럽게 사라진 상황이었다.
경기장에서는 일부 관중들이 통로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본격적으로 자리를 펼치면서 술먹기에 집중했다. 몇몇 관중은 다른 관중들이 지나가는 통로에서 술자리를 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안양 서포터스와 수원 서포터스가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고 양팀 선수들이 치열한 경기를 펼치는 가운데서도 경기보다는 음주에 전력하는 모습이었다.그럼에도 안양 관계자는 음주관중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는 경기장을 통제하고 있는 경비 업체 역시 마찬가지. 이런 광경을 목격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날 경기장 안전을 책임진 업체가 축구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경호를 맡고 있고 많은 구단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만큼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놓았을 법도 한데 몇몇 직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고압적인 행동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중앙 본부석을 통제하는 한 직원의 경우는 관중의 질문에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처음 찾아 방향을 잃은 관중이 질문을 해도 그저 "모른다. 비키라"는 일관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들고 있는 무전기를 통해 물어봐 달라는 요청에도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기온이 제법 오른 날씨에도 수트를 입고 무전기를 들어 가뜩이나 부담스럽게 보인 경호업체 직원이었기에 일부 여성 관중들이나 어린이는 "무섭다"며 피하는 경우도 보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자 일부 관중에게는 막고 서 있던 본부석 통로를 열어주기도 했다. 누가 봐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모습이었다.
안양은 최대호 시장을 비롯해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축구단이다. 10년만에 다시 자신들의 축구팀을 찾은 관중들이 열성을 보이고 또 경기로 보답하고 있는 동안 운동장 구석에서는 안타까운 모습이 생기기도 했다. 축제를 완벽하게 완성시키지 못한 어두운 오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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