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40) 감독의 별명은 누구나 알고 있듯 '독수리'다. 그리고 최 감독의 모교는 마침 적절하게도 독수리가 상징인 연세대다. 독수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연을 가진 최 감독이 FA컵 32강(3라운드) 무대서 모교 후배들을 만났다.
FC서울이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32강) 연세대학교와 경기서 김현성의 선제결승골에 힘입어 3-0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시작은 1.5군이었지만 후반 데얀과 에스쿠데로까지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결과였다.
독수리로 얽힌 서울과 연세대의 대결을 두고 항간에서 붙여준 별명은 '독수리 더비'였다. 지난 2012 카페베네 U리그(대학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연세대가 서울을 상대로 '자이언트 킬링'을 보여줄지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K리그 디펜딩 챔피언 서울의 완승이었다. '독수리 더비'서 형님 독수리가 웃은 셈이다.

그래도 내용 면에서는 아찔한 장면이 많았다. 밑져야 본전인 아마추어팀과 달리 프로팀이 FA컵에서 느끼는 부담은 생각보다 큰 법이다. 선수들의 기용부터 전술 운용까지 어느 정도로 맞춰야할지 감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리그와 ACL을 병행하며 숨가쁜 일정을 달려온, 그것도 부진을 탈출하느라 매 경기 전력을 다해왔던 서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전반전에는 좀처럼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연세대의 타이트한 밀집수비에 공격진이 고전하면서 득점 기회도 많지 않았다. 최 감독도 "전반전에 약간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며 긴장했던 속내를 털어놨을 정도다.
최 감독은 "조그만 방심이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웠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모교 후배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적 자신이 뛰던 시절의 추억에도 잠겼다는 최 감독이지만, 32강 탈락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결국 최 감독은 데얀과 에스쿠데로를 출격시키며 승리를 확실하게 마무리했다. FA컵에서 느껴지는 부담과 후배들의 실력에 독수리 최용수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모교 후배들이 뛰는 모습을 본 선배로서 흐뭇함도 분명히 느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연세대가 U리그에서 우승하자 회식비를 쾌척하기도 했다. "선배로서 회식비 등을 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단언한 최 감독은 이날도 "연세대가 우승을 자주 하기 때문에 회식비 낼 일도 많다. 앞으로 더 자주 해줬으면 좋겠다"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지금까지 지켜져오고 있다. 긍지를 느낀다"고 덧붙인 최 감독은 후배들의 발전하는 모습에 흐뭇함을 숨기지 않았다. 선배 독수리의 발톱에 비록 완패하고 FA컵 무대에서 물러났지만, 젊은 후배들의 패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 쪽은 최 감독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FA컵에서 느낀 그 긴장감과 흐뭇함이 최 감독, 그리고 서울 축구의 또다른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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