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타자 맞아? 추신수의 종횡무진 활약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09 06: 16

기록만 놓고 보면 도무지 분간이 안 된다. 높은 출루율을 보면 리드오프인 것 같지만 엄청난 장타력은 중심타자로 봐도 손색이 없다. 정체가 애매하다. 그만큼 활약이 전방위적이라는 뜻이다. 추신수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하이브리드’ 활약으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추신수는 8일(이하 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사고를 쳤다. 4-4로 맞선 9회 2사에서 애틀랜타의 철벽 마무리 크레익 킴브렐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이미 3회 상황에서 시즌 6호 홈런을 터뜨렸던 추신수는 개인 통산 8번째 멀티 홈런 경기를 펼치며 더스티 베이커 감독에게 통산 1600승을 안겼다.
경기 후 미 언론들은 추신수의 괴물 같은 활약을 일제히 조명했다. 한동안 팀 역사를 갈아치우는 사구 기록으로 주목받았던 추신수는 이제 만능선수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기록만 봐도 추신수의 올 시즌 맹활약을 쉽게 살필 수 있다. 추신수는 8일까지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했던 추신수는 득점(27점), 출루율(.465), 안타(42개) 등에서 모두 내셔널리그 선두를 달렸다.

여기까지만 보면 올 시즌 자신의 새로운 보직인 리드오프로서의 몫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기록과 더불어 장타 부문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8일까지 7개의 홈런을 때린 추신수는 리그 홈런 공동 8위에 올라있다. 팀 내에서는 쟁쟁한 강타자들을 제치고 단독 1위다. 장타율은 5할8푼7리로 역시 리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추신수는 42개의 안타 중 절반에 가까운 17개를 2루타 이상의 장타로 장식했다.
자유자재로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추신수는 시즌 초반 출루에 목적을 둔 스윙을 했다. 급하게 타격을 하기 보다는 공을 많이 봤다. 나쁜 공에는 좀처럼 손이 나가지 않았다. 볼넷이 쌓인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추신수를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카운트를 잡으러 오는 공에는 여지없이 장타로 응징하고 있다. 킴브렐 역시 스트라이크를 넣기 위한 피칭을 하다 추신수의 대포를 맞고 무너졌다.
보통 감독들을 리드오프를 출루에 특화된 선수로 출전시킨다. 3할을 보장할 수 있는 교타자, 내야안타를 생산할 수 있는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을 선호한다. 일단 살아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보통 장타력과 클러치 상황에서의 한 방은 희생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클리블랜드의 중심 타선을 이끄는 한 축이었던 추신수는 후자의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8일 현재 1.052의 OPS(출루율+장타율)가 이를 증명한다. 가치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추신수의 내년 연봉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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