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두근두근해".
한화 김응룡(72) 감독은 과거 해태-삼성 시절 카리스마의 대명사였다. 한 쪽 다리를 다른 다리에 올리고, 의자에 온 몸을 기댄 채 무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를 이기든 지든 표정 변화는 많지 않았다. 전형적인 '승부사'의 모습으로 카리스마의 화신 그 자체였다.
하지만 최고령 사령탑으로 돌아온 한화에서는 과거 모습이 온데간데 없다.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잡히고 있다.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홀로 중얼대는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고, 상대의 호수비에는 입을 쩍 벌리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감정 표현에 아주 풍부해졌다.

김응룡 감독은 "경기만 되면 심장이 아주 두근두근하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경기를 편하게 봤는데 요즘 자꾸 져서 그런지 무섭다"고 털어놓으며 "옛날에는 지면 못 살았다. 요즘에는 부처님 비슷하게 된 것 같다"는 말로 세월무상을 실감케 했다.
김 감독의 감정 표현이 풍부해진 데에는 중계 기술 발달도 한 몫 하고 있다. 김 감독이 시대를 주름잡은 1980~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중계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때였다. 기껏해야 카메라 2대로 중계하던 시절이었다.
김 감독은 "카메라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예전에는 카메라가 얼마 없었다. 딴짓 하다가도 덕아웃에 카메라가 들어 오면 팔짱을 딱 끼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 그만이었다"며 웃은 뒤 "요즘에는 카메라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길래 피하면 또 다른 카메라가 찍고 있더라"고 달라진 환경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한화의 아슬아슬한 경기력 때문이다. 해태-삼성과 비교할 때 한화는 객관적인 전력이 약하고 승리를 쉽게 장담할 수 없다. "7점차는 돼야 안심이 된다"고 할 만큼 경기력이 불안불안하다. 7~8일 마산 NC전에서도 연이틀 승리했지만 모두 9회 2사 이후 가까스로 뒤집은 경기였다. 손에 진땀이 나는 승부들이었다.
김 감독은 "1점차 승부에서 자주 지니 아주 죽을 지경이다. 고비를 잘 넘겨야 실력이 될 수 있는데…"라며 "예전에는 경기를 즐겼지만 지금은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혈기왕성한 과거와 비교하면 김 감독의 기력이 조금 약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김 감독의 승리를 향한 무시무시한 집념을 읽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는 게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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