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서라도 출루" 오선진 투혼, 한화 근성 일깨웠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5.09 06: 39

"공이 무서우면 은퇴할 때가 된 것이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확실한 지론을 하나 갖고 있다. 선수가 공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가 타격이든 수비든 공을 무서워하면 은퇴할 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몸에 향하는 공도 피하지 않는 근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한화에서 김응룡 감독의 사구론을 가장 몸으로 실천하는 이가 있다. 바로 내야수 오선진(24)이다. 스스로는 "보호대 쪽을 맞아서 아프지 않다"고 말하지만, 몸으로 향하는 공을 피하지 않고 맞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오선진은 지난 7~8일 마산 NC전에서 연이틀 결정적인 몸 맞는 볼로 출루했다. 7일 경기에서는 3-4로 뒤진 9회 2사 만루에서 고창성의 공에 몸을 맞고 동점을 만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8일 경기에서도 2-4로 뒤진 8회 무사1루에서 최금강으로부터 몸에 맞는 볼을 얻어 추격의 디딤돌을 놓았다. 
2경기 모두 상대 투수의 명백한 제구 난조였다. 그것도 모두 직구였다. 하지만 오선진은 피하지 않고 공을 그대로 맞았다. 시범경기 때부터 "패기를 보여야 한다"는 김응룡 감독의 말대로 오선진은 결정적인 순간 연이틀 몸에 맞는 볼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승부욕과 근성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오선진은 "두 번 다 보호대에 맞은 공이라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며 웃은 뒤 "요즘 타격 감이 안 좋아 어떻게든 출루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타격이 안 좋으면 공에 맞아서라도 나가야 하는 내 임무"라고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피하지 않은 승부근성은 한화 일깨웠고, 연이틀 9회 2사 후 역전극으로 이어졌다.
오선진은 올해 29경기에서 107타수 25안타 타율 2할3푼4리로 기대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주전으로 도약하며 한 단계 성장했지만, 올해는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3루 수비에 있어서는 분명 발전했지만, 타격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타순도 원래 같으면 1번을 맡아야 하지만, 요즘은 하위 타순을 거쳐 5번을 맡고 있다. 
하지만 오선진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그는 "아직은 시즌 초반이고, 야구에는 사이클이 있다. 초반 부진에 개의치 않고,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타순에 대한 부담 전혀 없다. 팀에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어느 위치든 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선진의 불꽃 투혼이 잠자던 한화의 승부근성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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