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필드를 떠나는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떠올리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맨유는 지난 8일(한국시간) 오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 은퇴 결정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최고의 딜"이라며 "최상의 전력을 갖춘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팀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1986년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뒤 무려 27년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주요 대회에서 무려 38차례나 정상을 밟았다.

맨유의 지휘봉을 잡기 전 지난 1974년부터 1986년까지는 세인트 미렌 FC, 애버딘 FC(이상 스코틀랜드)를 이끌며 스코틀랜드리그 우승, 스코틀랜드 FA컵 우승, UEFA 슈퍼컵 우승 등 총 11번 정상을 차지했다. 맨유에서 이룬 38번의 우승을 포함해 감독으로서 총 49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셈이다.
김봉길 감독도 퍼거슨 감독의 업적을 높이 칭송하면서도 짙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김 감독은 "퍼거슨 감독은 세계 축구계에 한 획을 그은, 존경을 받아야 하는 분"이라며 "골이 들어가면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는데 일선에서 물러난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K리그 구단들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기도 했다. 시즌 중 감독 교체를 서슴지 않는 성적 지향 위주의 행태와 상반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최근 감독직에서 물러난 K리그 클래식의 한 감독을 언급하며 "전반기도 안 끝나고 경질하면 감독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감독으로서 비애를 느낀다"면서 "K리그도 퍼거슨과 같이 10년, 20년 동안 한 팀을 지휘할 수 있는 감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밑에 있는 코치들도 배울 수 있는 게 많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봉길 감독은 이어 "감독이 최선을 다해 팀을 이끌지 않고, 도덕적으로 모나지 않는 이상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기다려줘야 한다"면서 "나도 지난 시즌 시간을 달라고 말했고, 결국 후반기 들어 원하는 성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전임 허정무 감독의 지휘봉을 이어 받아 후반기 1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며 '봉길매직' 신드롬을 일으켰다. 김 감독이 전하는 메세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한편 인천은 이날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32강전)서 1.8군을 내세워 16강 티켓을 따냈다. 남준재의 선제골과 설기현의 추가골, 프란시스의 페널티킥골, 이효균의 쐐기골을 묶어 김해수가 머리로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전북매일을 4-1로 완파했다.
FA컵에서 상승세를 탄 인천(5위)은 오는 12일 3위 제주 유나이티드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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