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연우진은 사랑의 훼방꾼일까, 아니면 휘몰아치는 운명 속에 자신도 모르게 휘청거리는 진짜 순수한 남자일까.
연우진은 현재 이 드라마에서 서미도(신세경 분)를 짝사랑하면서 미도를 사랑하는 남자 한태상(송승헌 분)의 오른팔 창희(김성오 분)의 동생 이재희 역을 연기하고 있다. 재희는 초반 태상을 친가족처럼 여기는 창희와 함께 태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하지만 태상이 사랑하는 여자 미도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꾸만 태상과 어긋나며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남자가 사랑할 때’ 11회는 태상과 미도의 사랑이 재희로 인해 와장창 금이 갈 위기에 처하는 전개가 펼쳐졌다. 재희는 태상이 미도의 꿈을 짓밟았다는 오해(이 오해는 미도도 하고 있다)를 하게 됐고, 장미꽃을 선물하며 위로를 하다가 갑자기 키스를 퍼붓고 말았다.

태상이 영국 유학을 방해했다고 오해한 미도가 눈물을 글썽거리자 그만 이성을 잃게 된 것. 결국 태상이 미도의 방에서 재희가 나오는 것을 보게 되면서 그동안 조금씩 엇갈리면서 시청자들의 애를 태웠던 삼각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희는 그동안 미도의 남자가 태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도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으며 갈등의 씨앗을 거두지 않았다.
또한 태상 앞에서 미도와의 친분을 드러내거나, 미도에게 적극적인 대시를 하며 사랑의 훼방꾼 면모를 보였다. 초반 순수하게 표현됐던 재희가 회가 거듭될수록 갈등 유발자가 되면서 태상과 미도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특히 11회 말미 공개된 12회에서 재희로 인해 태상과 미도가 결별 위기에 놓이자 재희라는 인물에 대한 원성이 나오고 있다.
물론 재희의 사랑과 미도를 향한 도발이 수긍 가능하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재희가 언제나 한발짝 멀리서 미도를 도왔고, 태상과 미도의 관계를 비열할 정도로 방해한 것은 아니라는 점, 재희의 미도에 대한 미련 섞인 사랑이 현실적으로 이해가 간다는 점이 이유다.
결국 재희가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의 훼방꾼인지, 아니면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 속에 허덕이는 순수한 남자인지는 안방극장이 재희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남자가 사랑할 때’ 속 인물들이 보통의 드라마처럼 극단적으로 착하거나 나쁘거나 하는 등의 단면적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 재희를 비롯한 태상, 미도, 그리고 태상을 짝사랑하는 백성주(채정안 분), 성주를 짝사랑해서 태상을 괴롭히는 구용갑(이창훈 분) 등 갈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주요 등장인물들은 어느 한쪽에서 보면 이해가 가능하고, 어느 한쪽에서 보면 이해가 불가능한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 드라마의 집필을 책임지는 김인영 작가는 전작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등을 통해 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에 강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크나큰 갈등의 원흉이 되고 있는 재희라는 인물의 행동의 정당성을 두고 시청자들도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게 촘촘히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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