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야구의 핵 '3번타자', 그래서 나성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09 10: 20

“저 녀석은 반드시 우리 팀의 스타가 될 거야”.
호타준족의 3번 타자를 찾던 감독은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신예 주포에 대해 커다란 기대감을 비췄다. 전 소속팀에서 가장 3번 타자로 중용하고 싶은 타자를 언급하면서도 일말의 아쉬움을 이야기하던 감독. 그런데 나성범(24, NC 다이노스)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평은 “경험만 쌓으면 분명 스타가 될 것이다”라며 칭찬 일색이었다. 공수주와 관련한 5툴은 물론 뛰어난 스타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홈런-안타-타점-장타율 등 4개 부문 1위에 오르며 최고 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도루 2위로 호타준족 면모를 뽐낸 나성범. 그러나 NC가 1군에 첫 선을 보인 올해 오른손 유구골 골절상으로 인해 정작 본인의 1군 데뷔는 늦었던 나성범이다. 데뷔 첫 경기서 4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친 나성범은 8일 마산 한화전서 멀티홈런으로 3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비록 팀은 뒷문 난조로 4-6 패배를 당했으나 나성범은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때려내는 스타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그가 김 감독의 시선 속에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주전 중견수이자 3번 타자로 중용될 것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두산 재임 시절부터 김 감독은 기존 팀의 3번 타자 스타일이 아닌, 테이블세터 역할도 대체할 수 있는 준족의 3번 타자를 놓고자 했다. 2006시즌 리빌딩 과정 속에 젊은 타자를 주축으로 내세우며 바뀌어 간 두산. 김현수가 확실히 검증되기 전 당초 김 감독이 3번 타자로 놓고자 했던 타자는 ‘고제트’ 고영민이었다.
“만만치 않은 손목힘을 갖춘 데다 영민이가 출루하면 거의 반 정도는 득점으로 이어진다. 타율만 3푼 정도 올라간다면 좋을 텐데”. 이 때가 바로 2008시즌 무렵. 당시 시즌 중간 열렸던 베이징 올림픽 때도 정근우(SK), 이택근(넥센) 등 발 빠른 타자들을 3번에 배치하며 자신이 원하는 3번 타자를 대표팀에서 기용하고자 했던 김 감독이다.
김현수가 두각을 나타내며 검증된 타자 반열에 오르자 2010시즌 초반 김 감독은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을 4~6번 타순으로 후위배치하고 3번 타순에 고영민, 이성열(넥센), 이종욱 등 발 빠른 선수를 배치했던 바 있다. 이성열의 경우는 당시 팀 내 야수 중 200m 이상의 거리를 뛰면 세 손가락 안에 들었을 정도. 거포 이미지로 알려졌으나 발도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그러나 새 3번 후보들이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김현수도 4번 타순 배치에 부담을 느껴 5월 중순부터 김현수가 다시 3번 타자로 나섰다.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실적을 올렸던 김현수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나무랄 데 없지만 좀 더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보여준다면”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클린업 트리오의 일원일 뿐 아니라 빠른 발을 앞세워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는 호타준족 3번 타자. 추신수(신시내티)와 같은 타자를 가장 이상적인 3번 타자로 생각한 김 감독이다.
그런데 나성범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칭찬 일색이었다. 주목할 만한 일발장타력과 어이 없이 삼진당하지는 않는 컨택 능력. 게다가 빠른 발은 물론 33개의 몸에 맞는 볼을 맞아도 묵묵히 출루하는 근성과 팬 몰이가 가능한 멋진 외모는 5툴을 넘어서는 6~7툴 옵션. “경험만 쌓는다면 성범이는 분명 우리 팀 최고의 스타가 될 것이다”라며 김 감독은 나성범이 입봉도 하기 전 성공을 자신했다.
비록 두 경기에 불과했으나 왜 김 감독이 나성범을 높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시동을 거는 데 하루가 걸리기는 했어도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임팩트와 중견수로서 센터라인을 지키는 나쁘지 않은 수비력. 테이블세터 요원으로 나서도 손색없는 빠른 발은 김 감독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왜 나성범일까’라는 시각을 ‘그래서 나성범이구나’로 바꿔놓기 충분한 8일 NC-한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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