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25, LA 다저스)가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신이 못 던져서가 아니다. 동료들의 빈약한 지원 때문에 승리를 쌓지 못해서다. 결국 팀의 연패도 막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커쇼는 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2실점(1자책)으로 분전했으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4승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커쇼는 2-2로 맞선 8회 마운드를 넘겨 승패 없이 물러났다.
커쇼는 이 경기를 포함, 올 시즌 1.6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 지원만 넉넉하게 이뤄진다면 매 경기 승리를 챙겨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다저스의 빈약한 타선은 커쇼의 승수쌓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도 커쇼가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다저스 타선은 2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물론 커쇼가 에이스인 이상 타선도 상대 에이스급 선수들을 자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은 있다. 그러나 뜯어보면 득점지원이 너무 저조하다. 올 시즌 커쇼가 마운드에 서 있었던 8경기 55⅔이닝 동안 다저스의 득점 지원은 13점에 불과했다. 1점이 커쇼의 솔로 홈런이었음을 생각하면 경기당 1.5점이다. 2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4점을 지원한 이후에는 타선이 3점 이상을 낸 경기가 없었다. 죄다 0~2점이다.
커쇼는 지난 4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 후 득점 지원에 대해 묻는 질문에 “선발 투수가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내 손을 떠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커쇼도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이어지는 불운에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가 있을 법하다. 에이스의 숙명이라고 하기에는 가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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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