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1회 9실점, 솔직히 말해 '멘붕'이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09 18: 09

"난 행복한 사람이다. 선수들을 참 잘 만난 것 같다."
SK 와이번스 이만수(55) 감독은 8일 평생 잊지못할 경험을 했다. 그날 SK는 두산을 상대로 1회 9실점, 그리고 3회에는 1-11까지 뒤져 사실상 패색이 짙었지만 기적과도 같은 역전 드라마를 썼다. 경기 후 이 감독이 "평생 처음 해 보는 경험"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9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어제(8일) 1회에 9실점을 했을 때는 솔직한 말로 '멘붕(멘탈 붕괴)'이었다"고 고백했다. 경기 초반 크게 뒤지게 된다면 감독은 시즌을 생각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지켜주기 위해 교체를 한다. 이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교체돼 들어간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김성현은 8회 싹쓸이 2루타와 9회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영웅으로 등극했고 박진만은 8회 한 점차로 추격하는 귀중한 적시타를 쳤다. 또한 정상호도 안타 2개로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 감독은 "솔직히 주전선수를 (크게 뒤진 상황에서) 계속 쓸 수 없다. 그래서 벤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는데 너무 잘 해줬다. 이들이 잘 해서 이겼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집념에도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교체돼 내려간 선수들도 끝까지 남아 파이팅을 하더라. 가장 먼저 조인성을 뺐는데 벤치에 남아서 계속 소리를 쳤다. 김상현도 마찬가지다. 후배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더라. 김성현이 최정의 조언을 듣고 잘 했다는데 내가 말하는 것보다 선수가 말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고 강조했다.
9회 다채로운 작전에 대해서는 의도치 않은 행운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9회 SK는 동점이던 무사 1루에서 정상호가 페이크 번트 슬래쉬로 좌전안타를 뽑았고, 최윤석 타석에서는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더블스틸을 성공시켰다. 이 장면에 대해 이 감독은 "사실 더블스틸이 아니라 슬래쉬 앤드 런(번트에서 강공으로 전환하고 주자는 뛰는 작전)이었다. 여기서 최윤석이 헛스윙을 했는데 두산 배터리도 뛸 줄은 예상도 못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경기였다"며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줘서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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