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니 운도 따르는 법일까.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9일 롯데와의 광주경기에 선발등판해 초반부터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2실점하는 등 힘겨운 투구를 했다. 그러나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서 노게임이 선언돼 패전을 모면했다.
4월에만 4승을 거둔 양현종은 5월 첫 승을 낚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더욱이 팀은 전날까지 2경기에서 5안타 1득점의 빈공에 허덕이며 2연패를 당했다. 반드시 연패를 끊어야 하는 임무가 어깨에 있었다. 그러나 부담이 됐는지 흔들렸다.

1회초 1번타자 황재균과 2번타자 정훈을 기세좋게 삼진으로 잡아 에이스 피칭을 이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손아섭에게 제대로 들어간 낮은 직구가 3유간을 빠지는 안타가 되었다. 이어 강민호는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전 안타를 맞고 1,2루 위기. 전준우에게는 우중간 안타를 내주고 첫 실점했다. 장성호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는 1회였다.
2회초 선두 황성용을 삼진처리했으나 제구력이 흔들려 용덕한을 내보냈다. 1루 주자를 피치아웃을 통해 협살로 잡는 듯 했으나 그만 차일목이 2루 악송구로 살려주었다. 신본기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2사후 정훈 타석에서 악송구를 던졌다. 차일목이 2루를 파고들던 신본기를 잡으려다 다시 악송구로 두 점째를 내주었다.
정훈까지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손아섭을 힘겹게 1루 땅볼로 처리했다. 2회까지 투구수는 61개. 3안타와 3볼넷 2실점(1자책)이었다. 삼진은 4개. 타선도 2회 2사 만루기회를 살리지 못해 이래저래 힘겨운 날이 예상됐다. 밤 하늘에는 승리보다는 패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듯 했으나 비구름이었다.
1회부터 내리던 비는 더욱 굵어졌고 3회초 강민호를 상대로 두 개의 볼을 던지자 심판들이 선수들의 철수를 지시했다. 덕아웃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양현종의 얼굴은 간절함이 배여있었다. 양현종의 마음을 알았던지 빗줄기는 굵어졌고 광주구장의 그라운드를 흠뻑 적셨다. 초조하게 30분이 지나고 심판진이 노게임을 선언하자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지우고 선수대기실(라커룸)로 들어갔다.
양현종은 이날 투구에 대해 "평상시보다 뭔가 템포도 빠르고 릴리스 포인트가 잘 맞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날씨를 알고 있었다. 날씨는 투구하는데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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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