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도 했어요. 수술을 미루고 대표팀에 합류했다가 끝난 뒤 수술을 받았더라면. 그런데 그렇게 되었더라면 대표팀과 소속팀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 더러 제 올 시즌도 더욱 힘들었겠지요”.
재활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그는 팔꿈치 수술 전과 후 X-레이 사진을 보여줬다. 본인은 큰 수술은 아니었다고 했으나 아래쪽 뼈가 자라나 윗 뼈를 세게 밀어낸 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 팔꿈치를 부여잡은 젊은 투수는 수술 일자 공표 전 ‘꾀병이 아니냐’라는 야구팬들의 속 모르는 비난을 견뎠다. 두산 베어스 우완 이용찬(24)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그라운드 복귀를 노리고 있다.
2007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1차 우선 지명으로 입단한 이용찬은 첫 해 팔꿈치 고정 수술을 받고 휴업한 뒤 2009시즌 26세이브를 올리며 신인왕과 구원왕(26세이브)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2010시즌에도 25세이브(2위)를 수확하며 2시즌 동안 뒷문지기로 활약했던 이용찬은 2011년 5월부터 두산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지난해 이용찬은 선발진의 한 축으로 10승 11패 평균자책점 3.00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시즌 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도중 극심한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귀국길에 올랐다. 대표팀 승선권은 송승준(롯데)에게 돌아갔고 검진 결과 팔꿈치 충돌증후군 진단이 나와 수술대에 오른 이용찬이다.
현재 이용찬은 하프피칭을 소화하며 1군 무대 복귀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이두근에 약간 근육통이 있기는 한데 심각한 것이 아니라 수술 후 안 쓰던 근육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이용찬은 “팔꿈치에 통증도 없고 순조롭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현 상태라면 5월 말엽 2군 경기, 연습 경기 등에 나서며 1군 복귀 초읽기에 들어갈 것 같다”라고 답했다.
부상과 함께 발표된 WBC 대표팀 낙마 소식. 그에 대해 일부 야구팬들은 ‘이용찬이 병역 특례 혜택이 없는 WBC에 나가지 않기 위해 엄살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라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찬은 지난 시즌 중에도 “WBC에 나가서 세계적인 타자들과 겨뤄보고 싶다”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표팀 낙마와 조기 귀국 후 수술 일정이 공표되어 이용찬의 부상이 엄살이 아님이 밝혀지자 팬들의 비난 공세가 수그러들었으나 고통을 참던 당시 수술이냐 재활이냐를 고민했던 이용찬이다.
“아파서 못 나가는 것이 결정되기 직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재활을 하고 대표팀에 합류해 뛴 뒤 그 다음 수술을 받을 지. 아니면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할 지. 그런데 대표팀에 합류했더라면 대표팀과 소속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올 시즌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수술한다고 하니 비난은 줄더라고요”.(웃음) 지금이야 웃고 넘어가는 일. 팬들은 선수를 향해 돌을 던졌는데 진짜 아팠던 선수는 그 돌을 폐부로 직접 맞았다.
“선발로 나서려면 다 낫고서도 몸을 만들어야 하니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계투나 마무리로 가면 긴 이닝을 아니라도 팀에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팀이 당한 믿을 수 없는 역전패(8일 문학 SK전 12-13) 재방송을 보며 안타까워한 이용찬은 빨리 완벽한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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