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민은 소머즈? 어떻게 115m 너머 홈런소리 들었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10 06: 58

"정말로 '텅' 하는 소리를 들었다니까요."
2013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있었던 SK의 기적과 같은 역전 드라마의 주연은 끝내기 안타를 친 김성현, 그리고 9회 동점 솔로홈런을 친 한동민이었다.
한동민은 올 시즌 SK의 새로운 중심타자로 떠오른 신예 선수다. 김상현이 영입되기 전까지는 4번타자로도 자주 나서기도 했다. 시즌 성적은 2할5푼5리 4홈런 22타점으로 첫 풀타임 치고는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평생 기억에 간직할 만한 홈런은 8일 문학구장에서 나왔다. 11-12로 추격한 9회 선두타자로 나선 한동민은 오현택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흥미로운 건 한동민의 인터뷰다. 경기 후 그는 "외야 관중석 철제난간에 공이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야 홈런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한동민이 기록한 홈런의 비거리는 115m, 그가 친 공은 일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가 문학구장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처럼 철제난간을 직접 때렸다.
의문이 드는 건 어떻게 그 소리를 들었냐는 점이다. 보통 조용한 야구장은 70~80데시벨 정도다. 거리에서 자동차가 질주하는 소리와 비슷하다. 게다가 그날 문학구장 관중은 9907명, 일찍 경기장을 떠난 관중도 있었지만 막판 SK의 기적같은 추격에 관중들은 큰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그 먼 거리에서 발생한 소리를 듣기는 힘들다.
한동민이 '소머즈의 귀'를 갖고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동민은 9일 문학구장에서 이 질문에 "정말로 '텅'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처음에는 넘어갈 줄은 몰랐다. 타구 날아가는거 보고 무조건 1루만 보고 뛰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서 홈런인줄 알았다.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거듭 잘못 들은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적은 관중으로 소음이 적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한동민은 "경기 초반에 점수가 많이 벌어져서 많은 관중 분들이 떠났다. 그래서 들린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는 그의 초인적인 집중력이다. 극적인 순간이면 인간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동민은 웃으며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야구는 정말 끝날 때까지 모르는거에요. 초반에 너무 관중이 많이 나가셨어요. 다음부터는 끝까지 지켜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쩌면 한동민이 들은 소리는 그의 집중력과 적은 관중이 만들어낸 합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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