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차까지 앞서다 ‘어, 어’ 하더니 그 경기를 패했다. 2연패 중 가장 최근 경기를 1패 이상의 어이없는 끝내기 패배로 내준 데다 다음 경기 선발은 직전 경기서 12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던 베테랑. 그러나 승부처에서 정면 돌파로 결국 승리해냈다. 두산 베어스와 ‘써니’ 김선우(36)의 9일 문학 SK전 승리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겼다.
두산은 지난 9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경기에서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11-2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2연패를 끊은 두산은 시즌 17승 11패 1무로 4위 자리를 유지했다. 특히 두산은 8일 11-1까지 앞서다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던 역전패 여파를 딛고 완벽하게 설욕했다. 선발 김선우는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승 째를 수확했다.
여기서 ‘왜 5이닝 67구의, 수 년간 두산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김선우를 전날 신출내기 이정호와 달리 5이닝 째까지로 끊었을까’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8일 두산은 이정호가 5회까지 2실점으로 잘 던지자 그에게 좀 더 기회를 줬다. 그러나 70~80구 이후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던 이정호는 6회 4실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두산은 계투들의 연속 난조로 12-13, 10점 차까지 앞서던 여유있던 경기를 역전패로 날려버렸다.

뼈아픈 패배를 겪었던 만큼 두산은 잘 던지던 선발 김선우에게 5회까지만 맡기고 유희관-변진수에게 바통을 이어줬다. 4일 LG전 선발승 주인공 유희관은 2실점하기는 했으나 리드는 내주지 않았고 8일 아웃카운트 없이 4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던 변진수는 1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일단 빠른 투수교체로 전날의 전철을 밟지 않은 두산이다.
그리고 김선우의 투구 내용을 주목할 만 하다. 경기 전 김선우가 준비했던 투구패턴의 속내를 들춰보면 두산이 단순히 8일 역전패 만으로 김선우를 빠르게 교체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전 두 경기서 실점이 많았던 김선우가 완급조절 패턴에서 전력투구 전략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7일 마산 NC전서 김선우는 시즌 첫 승을 따냈으나 5⅔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내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유가 있었다. 시즌 초반에 비해 다소 구위가 떨어진 김선우의 공 변화량이 작아지자 NC 타자들은 타석 앞에 붙어 김선우의 공이 홈플레이트에서 완전하게 변하기 전 빨리 때려내는 전략을 택했다. 완급조절을 위해 김선우가 힘을 조절한 것이 무브먼트의 약화로 이어졌고 이 경기를 비디오분석을 통해 지켜본 LG 타자들은 3일 잠실경기서 김선우를 상대로 12안타 6득점을 뽑아냈다.
한 선수는 “김선우 선배의 공이 힘을 뺐을 때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작게 변한다. 그러면 좀 더 앞에 나가서 때려내면 된다”라고 밝혔다. LG전서 김선우는 스플리터를 주된 결정구로 삼았는데 힘을 100% 발휘하지 않은 바람에 이 공이 그대로 공략당했다. 스플리터의 정식 명칭은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직구 변종 구종인 만큼 홈플레이트까지는 포심처럼 날아드니 앞에서 때려내면 좀 더 공략이 쉬워진다.
게다가 지금의 김선우는 메이저리그 시절처럼 156~7km의 직구를 자유롭게 던지며 쿠어스필드 완봉승을 거두던 파워피처가 아니다. 타자가 때려낼 수 있는 공을 던져 빠른 패턴을 가져가는 투수인 만큼 이제는 움직임으로 타자를 상대한다. 이미 두산 코칭스태프도 지난 2경기서 김선우가 어떻게 공략당했는 지 아는 만큼 “5이닝 째까지 전력 투구를 부탁한다”라고 주문했다. 나이가 있는 만큼 전성 시절의 스태미너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비록 5이닝만 맡기더라도 본연의 무브먼트로 경기를 만들어주길 바란 것. 김선우는 이 주문에 충실하며 호투했고 자신감을 찾으며 팀에게 귀중한 승리도 안겨줬다.
이 경기까지 패했다면 두산은 SK에 추격권을 내주는 동시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타선의 좋은 페이스가 그대로 이어졌고 선발 투수도 5회까지 전력 투구로 기대에 부응하며 8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했다. 김선우가 비록 많은 이닝은 소화하지 못했으나 전력투구로 5이닝 무실점을 보여준 덕택에 두산은 전날과는 확연히 다른 전략으로 여유있게 이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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