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SF전 교훈으로 또 성장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10 06: 57

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쁜 기억은 잊어버리는 것도 빠르다. 하지만 얻은 교훈까지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류현진(26, LA 다저스)이 한 단계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7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2패 평균자책점 3.7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MLB)에 갓 데뷔한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 쪽에 가깝다. 팀 내의 믿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선발 로테이션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이끌고 있다.
다만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는 다소간 아쉬움을 남기며 패전투수가 됐다. 6이닝을 소화했지만 8개의 안타를 내주며 4실점했다. 2사 이후에만 3점을 내줬고 특정 선수(헌터 펜스)에게 모든 실점을 내줬다는 점도 찜찜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 경기에서 좋은 예방주사를 맞았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상대하며 빠른 승부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다.

류현진은 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이 끝난 이후 샌프란시스코전을 돌아보며 “확실히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공격적이었다”고 떠올렸다. 실제 이날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자신들의 페이스로 류현진을 공략했다. 류현진은 이날 총 27타자를 상대했는데 그 중 1구(6번)와 2구(7번) 승부가 절반에 이르렀다. 반대로 류현진과 5구 이상의 승부를 벌인 것은 7번에 불과했다. 6회까지의 투구수가 85개 밖에 되지 않은 이유였다.
류현진과 한 번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승부수라고 할 만 했다. 당시 경기 전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류현진이 뛰어난 공을 던진다. 변화구도 좋다”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노련한 피칭을 보여주는 류현진을 상대로 빠르게 승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0-2로 뒤진 5회 펜스의 결정적 2타점 2루타도 초구에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의 ‘류현진 공략법’을 본 다른 팀들도 참고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류현진도 마냥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상대의 이런 공격적 성향을 역이용한다면 맞혀 잡는 야구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도 있다.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전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상대의 공격적 승부를 이야기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1패와 맞바꾼 소중한 깨달음이다. 그 과정에서 류현진은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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