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7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스백스전을 앞둔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취재진과 만나자마자 ‘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LA 지역 언론 기자들은 매팅리 감독이 덕아웃 자리에 앉자마자 사정없이 그를 쏘아붙였다. 성적 때문이다.
다저스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모두 졌다. 가뜩이나 팀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지구 최고 라이벌에게 싹쓸이를 당했으니 팬들의 심기가 좋을 리는 없었다. 이는 다저스를 취재하는 언론에게 좋은 기삿거리였다. LA 타임스의 T.J 사이머스를 비롯한 스타(?) 기자들이 매팅리 감독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말 그대로 인정사정이 없었다.

담당 기자들은 매팅리 감독의 한 마디를 문제 삼았다. 매팅리 감독은 6일 샌프란시스코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 후 “우리 팀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또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선수들을 두둔했다. 그러나 미 언론의 생각은 달랐다. 사이머스 기자는 매팅리 감독의 말이 실린 신문을 스크랩까지 해와 “도대체 어떤 부분이 나아진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매팅리 감독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자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재차 되물었다. 순간 매팅리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후에도 매팅리 감독은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당했다. 30분 이상 날 서린 질문을 받고서야 겨우 덕아웃을 뜰 수 있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매팅리 감독의 수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저스는 7일부터 9일까지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도 모두 무너지며 7연패에 빠졌다. 어느덧 팀 순위는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경기 후 언론 인터뷰는 나날이 집요해지고 있는 반면 매팅리 감독의 목소리는 점점 힘이 떨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너무 매몰차다고 볼 수도 있다. 누구보다 현 상황에 대해 괴로워하는 사람은 바로 매팅리 감독 자신일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언론 문화와 비교해도 다소 가혹하다고 할 만하다. 한국은 부진에 빠진 팀이나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다. 일본은 감독과 선수가 ‘상전’이다. 좀처럼 그리기 어려운 장면이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냉정하다. 메이저리그(MLB)는 전 세계 최고의 야구가 펼쳐지는 무대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시장 중 하나다. 성적에 대해 상상 이상으로 민감하다. 그 민감한 부분을 파고들어야 하는 언론들은 한 번 잡은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질문을 받은 감독이나 선수는 대답을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거나 언성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잘한 선수는 칭찬해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비판적인 기사가 쏟아지기도 한다. 최근 다저스에서는 맷 켐프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켐프는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지만 올 시즌 활약이 저조하다. 타율도 자신의 경력과는 어울리지 않고 좀처럼 장타 구경을 하기 어렵다. 그 외에도 안드레 이디어, 조시 베켓, 로날드 벨리사리오 등도 언론들의 부정적 질문을 피해가기 어려운 선수들로 손꼽힌다. 결국 성적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는 어딜 가나 똑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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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