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코치님 한번만 읽어주세요. 우리 오빠가 정말 팬인데 췌장암 말기로 얼마 남지않았어요'.
지난 9일 한화 이글스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독수리요새'에는 간절한 부탁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31세 젊은 나이에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오빠의 사연을 소개한 글쓴이는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우리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 이종범 한화 코치님께 사인볼 하나 쥐어주고 싶은 게 동생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부탁했다.
사연의 암투병 환자는 진통제 투약을 받으며 고통스런 나날 속에서도 야구 응원가를 부를 정도로 야구를 좋아한다고. 특히 이종범 코치를 어렸을 적부터 좋아한 오빠를 위해서라도 선물을 하고픈 동생이 어찌할 방법을 몰라 한화 구단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린 것이다.

글을 읽고 난 뒤 전화 통화로 사실 관계를 확인한 한화 홍보팀 관계자는 곧바로 이종범 코치에게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이야기를 들은 이종범 코치는 사인볼 뿐만 아니라 직접 야구장으로 초대, 만남을 갖고 유니폼을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의 다음 서울 경기인 오는 14~16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넥센전 중 한 경기에날짜를 잡을 예정이다.
이종범 코치는 "사연을 들은 뒤 너무 안타까웠다. 내가 선수로 뛰고 있을 때부터 팬이라고 하시는데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다. 투병 생활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연의 주인공 건강이 좋지 않아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종범 코치와 한화 구단 관계자들도 간절히 만남을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최근 류현진이 뛰고 있는 LA 다저스의 간판스타 맷 켐프는 암투병 소년에게 깜짝 선물을 아끼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경기를 마친 후 켐프는 3루 관중석에 자리한 암투병 소년에게 사인볼을 전달한 뒤 자신이 입고 있던 유니폼·스파이크까지 아낌없이 전달한 뒤 악수했다.
다저스는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와 3연전을 모두 패했지만 켐프는 경기 전부터 코치를 통해 소년의 사연을 전해듣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켐프는 "삶은 야구보다 위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영웅으로 바라보는지를 잊고 지날 때가 많지만, 이런 일들을 통해 내가 어느 누군가의 삶에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로야구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이제는 사랑을 받는 것만 아니라 나누고 베풀줄 아는 프로 정신이 필요하다. 이종범 코치와 켐프가 보여준 훈훈한 선행은 프로선수의 의무와 책임감이 무엇인지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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