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안 오나...”
LG 주장 이병규(9번)가 9일 타격연습을 마친 후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취재진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 이병규는 지난 7일 1군 엔트리에 합류, 팀의 부진을 끊기 위해 복귀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LG는 넥센에 두 경기를 내리 내주며 올 시즌 최다 4연패에 빠졌고 팀 성적은 16승 19패 7위로 내려앉았다. 프랜차이즈 슈퍼스타가 서둘러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왔으나 아직 타격 침체에 대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LG는 최근 10경기서 팀 타율 2할4푼3리, 경기 당 2.8득점으로 타격사이클이 바닥을 찍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위기다. LG 김기태 감독은 당초 올 시즌 첫 번째 고비로 5월 17일부터 6월 23일까지 치를 33연전을 생각했었다. 2013시즌이 9구단 체제로 운영되면서 일반적으로 한 팀 당 20경기 내외를 치른 후 3일 휴식을 맞이한다. 하지만 LG는 다음 주중 3연전을 쉬고 주말 3연전부터 11번의 시리즈를 돌파해야한다. 팀이 예상하지 못한 부진에 빠지자 김 감독은 “4월에 5할 승률 +5까지 갔었다. 5월에도 +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고 있다. 목표를 수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비록 이날 김기태 감독은 “비가 오고 안 오는 것은 천운에 맡긴다”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하루 쉬어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경기 후 LG는 롯데와 부산 사직 3연전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감행해야했다. 보통 선수단이 부산 숙소에 도착하는 시간은 새벽 3, 4시. 좀처럼 타자들의 방망이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 피로 누적까지 겹치면 좋을 게 없다. 결국 이날 LG와 넥센의 잠실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LG 선수단 또한 LG에 유독 강한 넥센과 밴 헤켄을 피해 일찍이 부산으로 향하며 원정길 피로를 최소화했다.
이로써 LG는 최대 고비를 맞이하기에 앞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비로 얻은 휴식 후 맞이하는 3연전에서 LG는 신정락-리즈-주키치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예정. 신정락은 지난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5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통산 첫 선발승을 올렸다. 리즈도 롯데전 통산 평균자책점 2.28로 강하다. 롯데를 상대로 통산 평균자책점 4.75를 찍은 주키치가 걸리지만 선발투수만 놓고 보면 해볼 만 한 승부가 될 수 있다. 3연전 동안 롯데가 내세울 선발투수 송승준은 통산 LG전 평균자책점 4.18, 김승회는 5.13을 기록 중이다. 옥스프링은 이전에 LG서 뛴 경험이 있는 만큼 전력분석이 용이할 수 있다.
물론 첫 번째 과제는 공격이 살아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심타자들이 일어나야 한다. 지난 4일 경기서 이진영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고 정성훈과 박용택도 부상을 안고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올 시즌 3할 이상의 타율을 찍고 있는 정성훈과 박용택은 각각 최근 10경기 타율 2할5푼, 2할7푼8리로 부진하다. 리드오프 오지환도 최근 10경기 타율이 2할1푼6리에 그치고 있다. LG 타선은 타격이 안 되자 다리로 이를 해결하려 했는데 도루 성공률도 최근 10경기 56.6%에 불과하다. 도루 저지에 능한 강민호를 상대하는 점을 염두에 두면 역시 방망이가 터져야 한다. 다행히 외야수 정의윤과 이대형이 각각 3할, 2할9푼으로 페이스가 올라오는 중이다. LG가 9일 경기 라인업에 이대형을 1번 타순에, 정의윤을 3번 타순에 놓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4연패를 당한 후 “5할 승률 -5까지 괜찮다”고 말한 것에 대해 “선수들이 부담 갖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5니까 일요일까지 1승만 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팀 상황이 안 좋고 4연패 중이지만 앞으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말 롯데 3연전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다음 주말 KIA와 3연전을 시작으로 33연전의 높은 산을 마주한다. 비가 선물한 휴식이 4연패를 끊는 보약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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