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족' 송해성 감독 "윤제문, 사실 되게 웃긴 배우"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5.10 15: 50

이상한 가족이 찾아왔다. 장남은 불룩 나온 배를 두드리며 집에서 뒹굴고 있고 둘째 아들은 흥행 참패 이후 10년째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게다가 이혼까지 앞두고 있다. 셋째딸은 어떤가. 두 번의 이혼도 모자라 이번엔 세 번째 결혼을 준비 중이다. 셋째딸이 낳은 손녀는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꼬는 되바라진(?)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자식들을 바라보는 엄마는? 담벼락에 핀 꽃을 보고 설레는 소녀 감성의 자애로운 여성이다.
이런 콩가루 집안을 웃음과 감동으로 잘 버무린 사람은 바로 영화 '파이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을 연출했던 송해성 감독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령화가족'으로 3년 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그는 분명 비정상적인 가족인데 왠지 모르게 부러움을 자아내는 가족을 만들어냈다.
최근 광화문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이번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그간 영화감독일을 해오면서 어릴 적 부터 꿈꿔왔던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밥벌이가 돼버린 느낌을 받아왔었다고.

"후회랑 반성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전작들의 흥행과 실패를 떠나 '영화를 왜 이렇게 찍지' 혹은 '왜 영화를 관습적으로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영화감독이 꿈이었는데, 그리고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뤘는데, 실제로 극 중 인모처럼 망하는 감독이 수두룩함에도 나는 꾸준히 영화를 찍고 있는 복에 겨운 감독인데 영화가 밥벌이가 돼버린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그렇지 않은 영화를 찍어보자, 옛날처럼 웃음도 있고 촌스럽지만 재기발랄한 영화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럴 때 소설 '고령화가족'을 보게 된거죠."
영화에는 주요 5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믿을 건 주먹 밖에 없는 백수 장남 한모, 흥행참패 영화감독 둘째아들 인모, 세번째 결혼을 준비 중인 셋째딸 미연, 되바라진 성격의 손녀 민경, 그리고 이들을 자애롭게 돌봐주는 엄마까지. 송해성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가졌던 캐릭터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주저없이 영화감독인 인모를 꼽았다. 그리고 그러한 인모를 연기했던 배우 박해일에 대한 칭찬 역시 빼놓지 않았다.
"사실 인모는 어려운 캐릭터예요. 박해일 아니면 못하는 캐릭터죠. 박해일이 귀엽게 한거예요. 그리고 영화감독은 성공을 전제로 영화를 만들긴 하지만 실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지점이 있어요. 국내는 할리우드랑 다른게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감독이 제작자보다 더 지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실패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는 공감가죠. 남의 이야기가 아니예요(웃음)."
'고령화가족'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어떤 이는 망설임 없이 '윤제문의 재발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그간 무섭고 거칠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주로 해왔던 윤제문이 '고령화가족'에서는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 이에 송해성 감독은 윤제문이 사실은 되게 웃기고 재밌는 배우라고 평했다.
"윤제문이라는 배우가 되게 웃기고 재밌는 배우예요. 배우들마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지만 윤제문은 말을 안 할 때 웃긴 표정들이 있는 배우거든요. 그동안은 윤제문이 다른 식으로 활용이 돼왔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다른 식의 윤제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마 이 영화 끝나면 코미디도 할수 있을 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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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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