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소취하', 과연 박시후의 승리일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5.10 16: 41

[유진모의 테마토크]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박시후가 자유의 몸이 됐다.
서울서부지방검찰은 연예인 지망생 A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던 박시후와 후배 연기자 김 모 씨에 대해 불기소처분 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9일 A양의 변호인 측은 박시후와 김 씨에 대한 고소 취소장을 제출했다. 또한 박시후 측 역시 A양에 대한 무고 혐의 고소를 취하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건이 완전하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박시후가 A양의 지인 B씨와 자신의 전 소속사 대표 C씨 등에 대해 공갈미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내용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박시후의 법적인 지위는 사실상 피소 이전으로 회복됐지만 그 내용만큼은 깔끔하지 못하다. 날선 공격을 퍼부으며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 같던 A양이 왜 갑자기 소를 취하했는지 그 내용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박시후가 A양에 대한 고소는 취하한 상태에서 B씨와 C씨와의 법적 공방은 계속 진행할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박시후와 A양 사이의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 언론들은 '합의는 없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들을 과연 액면 그대로 믿을수 있을까.
하지만 양측의 조율 없이 무작정 A양이 고소를 취하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박시후를 고소한 이유는 뭔가 억울한 점이 있든가, 그게 아니면 뭔가를 얻겠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A양이 일시적인 판단착오로 아무런 잘못도 없는 박시후를 고소한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앞뒤 정황으로 볼 때 박시후와 A양이 서로의 타산에 맞춰 '주고 받은 게'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뜬금 없이 갑자기 고소를 취하할 리 없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박시후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의 내용이 자꾸 언론에 오르내리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그의 이미지는 깎이고 이것은 그의 생업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B씨와 C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제2의 사건을 계속 진행해나가겠다는 모양새는 분명히 이번 스캔들 속에는 감춰진 진실이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현재로선 박시후의 부분적인 승리라고 보는 게 옳겠다. 아무런 잘못 없이 '마음을 나눴을 뿐'이라고 주장하던 박시후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강제로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던 A양의 다툼은 합일점이 전혀 없을 듯 싶었지만 A양의 소취하로 싱겁게 끝나버린 내용은 분명히 박시후의 손이 올라간 모양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시후가 이번 사건으로 전혀 흠집이 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의 이미지는 실추됐고 이를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가 지상파 방송사로 복귀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형을 선고받은 게 아니고 소취하로 인해 이번 사건은 '없었던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 영화 CF 등의 제작사나 연출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박시후를 캐스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왜냐면 연예인은 이미지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일단 박시후는 CF에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로 확실하게 스타로서의 자리를 단단하게 다졌다. 예전에도 그는 한류스타였지만 남자배우로서는 사실상 원톱 주인공으로서 이 드라마를 이끌며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휘했기 때문에 주가는 데뷔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성폭행 혐의라는 스캔들이 터지면서 드라마 수출의 길이 막히는가 하면 박시후 본인의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이 왔다.
CF는 각종 대중문화 컨텐츠 중 가장 상업성이 큰 매체다. 각 기업이 비싼 값을 치르고 모델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이유는 그 이미지가 상품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박시후를 CF에 기용할 그 어떤 기업도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설령 그가 장동건 원빈 조인성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무죄'로 매듭지어졌다고 하더라도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연루된 이상 CF 모델로 나서면 그것은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 자명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박시후를 쓰기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아주 특별한 예술영화가 아닌 바에야 모든 컨텐츠는 흥행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이미지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박시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행에서 성공하겠다고 우격다짐하는 제작자나 연출자는 없을 것이다. 비록 '무죄'라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성추문이다.
성관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관계 혹은 신진대사일 뿐이지만 그것은 서로의 합의와 아름다운 사랑이 전제될 때 정상적이다. 부부 사이의 강간죄까지도 거론되는 마당에 한류스타가 조카뻘 되는 연예인 지망생을 처음 만난 날 잠자리로 끌어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박시후는 마음을 나눴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그렇게 진지한 감정을 느낄 만큼 사랑이 빠르고 쉽다면 이 세상에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 없을 것이고 성범죄 발생률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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