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가 쓰러졌으니 나도 걱정이 되었지. 그러나 심판의 볼데드 선언이 없는 인플레이 상황이라면 프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야지요”.
누상에서 부상 당한 상대 수비수를 걱정하던 타자. 그러나 프로 선수로서 본연의 자세는 인플레이 상황에 가능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쾌남’ 홍성흔(36, 두산 베어스)이 SK 외야의 새 피였던 이명기의 부상 당시를 떠올렸다.
홍성흔은 10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덕아웃서 지난 8일 SK전서 자신의 타구를 수비하다 왼 발목 인대 부상을 입은 이명기와 관련해 이야기했다. 이날 3회초 홍성흔은 좌익수 이명기의 키를 넘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이 타구를 수비하던 이명기는 담장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왼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해 발목을 잡고 쓰러졌다. 2루까지 나간 홍성흔은 멀리서 이명기가 괜찮은 지 걱정되는 기색을 비췄고 이명기는 부축을 받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진단 결과 왼 발목 인대 부상으로 4주 간의 치료 기간이 예상된다.

같은 날 메이저리그에서는 토론토 좌완 J.A. 햅이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 데스몬드 제닝스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왼편 머리에 그대로 맞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타자주자는 3루까지 나갔고 주자 두 명이 홈을 그대로 밟았다. 심판진이 볼데드 선언을 하지 않고 그대로 인플레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심판진의 볼데드 선언이 늦었다는 현지 팬들의 판단 하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햅은 머리와 무릎 부상으로 4~6주 간의 진단을 받았다.
“공이 빠졌어도 내가 3루까지 못 갔을 거다”라며 농을 던진 홍성흔. 그러나 볼데드 선언에 이은 중단 시간이 없다면 프로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심판진에서 볼데드 판정을 하지 않은 인플레이 상황이라면 그 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것이 홍성흔의 생각이다.
그와 함께 홍성흔은 자신이 롯데에서 뛰던 시절 두산전에서 떨어진 공을 양의지에게 건네주려다가 수비 방해 아웃된 예를 들었다. 2010년 7월 29일 목동 넥센-두산전에서도 이종욱이 떨어진 공을 파울 타구로 착각해 강귀태에게 건네주다가 수비방해 지적을 받아 3루로 뛰던 2루 주자 고영민이 횡사한 바 있다.
“부상은 안타까운 일이지요. 다들 경기장 밖에서는 아끼는 선후배들인데. 그러나 프로 선수라면 그 상황에서 볼데드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롯데 있을 때 두산전에서 그런 실수를 해봤으니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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