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로부터 트레이드 루머가 퍼지면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십중팔구 그 거래는 깨진다. 실체 모르는 소문과 함께 생동감 넘치던 그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가뜩이나 힘든 외야 경쟁 속에서 자신감을 잃었던 정수빈(23, 두산 베어스)은 특유의 몸 사리지 않는 발야구로 다시 일어섰다.
정수빈은 10일 잠실 NC전서 7회 김현수의 대주자로 나서 오재원의 우중간 2루타에 홈을 밟은 뒤 8회 볼넷 출루에 이은 홍성흔의 안타로 2루 진루한 다음 3루 도루 성공 후 최주환의 투수 앞 땅볼 때 홈을 파고들어 결승점을 얻었다. 정수빈의 발야구 덕택에 두산은 4-3 승리를 거두며 최근 2연승 및 NC 상대 4연승을 기록했다.
지난 2년 간 팀의 주전 우익수로 외야 오른쪽을 지키던 정수빈은 타격 면에서 아쉬움을 비췄으나 수비 범위 면에서는 국내 굴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한층 노련해진 주루 플레이까지 선보이며 두산 야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던 정수빈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정수빈은 타격폼까지 바꿔가며 좀 더 나은 타자로의 발전을 꾀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쉽지 않았다. 경찰청에서 돌아온 선배 민병헌이 컨택-장타 면에서 한결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위협했기 때문. 정수빈의 올 시즌 성적도 29경기 2할7푼5리 7타점 6도루로 나쁘지 않았으나 민병헌의 상승세가 워낙 돋보였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정수빈이 지방 구단으로 트레이드된다는 루머까지 나왔다. 루머가 팬들로부터 횡행하면 사실 유무에 관계없이 그 트레이드는 대부분 성사되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은 선수들이 소문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뜩이나 줄어든 출장 기회에 마음 아파하던 정수빈은 그 소문에 말 못할 고민을 더욱 떠안으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10일 NC전은 달랐다. 정수빈은 8회 2루에서 노성호의 투구폼을 완벽하게 훔쳐 3루 베이스를 터치한 뒤 최주환의 타구가 절묘한 곳에 떨어졌을 때 멈칫거림 없이 그대로 홈 플레이트를 향해 달렸다. 마침 포수 김태군이 홈을 지키고 있었으나 측면으로 약간의 틈이 있었다. 정수빈은 스피드를 살려 절묘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함께 결승 득점을 이끌어냈다. 줄어든 기회와 루머에 마음 상했던 정수빈은 스스로 살아났다.
경기 후 정수빈은 "7회 (김)현수형의 안타 후 대주자로 나섰는데 투수를 흔드는 것이 내 역할임을 강조하고 주루에 집중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 8회 타석에서는 내가 살아나가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결승 득점이 된 홈쇄도에 대해 "투수 노성호의 송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포수의 틈을 파고들었다. 의도적으로 계획된 플레이를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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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