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논란의 위기에 처했던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in 뉴질랜드'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김병만을 비롯해 멤버들의 고생도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싱거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다큐 예능이 대세라지만 정글이라는 극한 환경에 처한 상황에서 나온 에피소드들 치고는 심심했다.
10일 오후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뉴질랜드'에서는 뉴질랜드를 찾은 멤버들의 마지막 여정이 전파를 탔다. 이날 멤버들은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라는 뉴질랜드 남섬을 찾아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갔고, 마운트 알프레드 등정에 도전했다.
그동안 방송된 '정글의 법칙' 시리즈는 마지막 방송에서 멤버들의 가족 같은 관계를 강조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브라운관 속 멤버들은 눈물을 흘리며 헤어짐을 아쉬워했고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은 함께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곤 했다. 별다른 예능 장치 없이도 '정글의 법칙'이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감동코드도 한 몫을 해 왔다.

그러나 제작진은 조작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걸까. 이날 방송된 '정글의 법칙'은 다소 무미건조한 연출로 멤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펑펑 울며 아쉬움을 표했던 그동안의 마지막 장면과는 다르게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은 담담한 인터뷰로 끝을 맺었다. 일부 멤버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지는 감동의 깊이는 얕았다.
마지막 이별 장면 뿐 아니라 전체적인 에피소드들도 심심했다. '반지의 제왕' 로드를 거니는 대목에서는 그저 멤버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중간중간 토끼를 잡기 위해 나서거나 딸기를 따서 먹는 모습이 등장했지만 평범했다. 더군다나 비박을 위한 장소까지 찾아가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흥미를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어두운 밤, 장어 잡이와 토끼 사냥에 나선 부분에서도 '정글의 법칙'만의 스펙타클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중 조명감독이 뒤로 넘어져 위험한 순간에 처할 뻔 했으나 이마저도 그리 길게 그려지지 않고 작은 에피소드로 지나갔다.
'정글의 법칙'에 제기된 의혹처럼 조작을 통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게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은 분명 연출에 의해 충분히 더 재미있어질 수 있다. 간혹 유명 예능프로그램 녹화에 갔더니 방송보다 재미없더라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조작 논란으로 인해 조심스러워진 제작진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멤버들이 험한 곳을 찾아 다신 없을 고생을 하는 만큼, 그들의 노고가 더 빛날 수 있게 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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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