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712일 견딘 ‘메시아’ 정재훈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11 13: 30

어깨 부상 후 힘든 시기를 견디고 돌아왔다. 복귀 시즌 초반 부침이 있었던 그는 다시 특유의 안정감을 찾으며 712일 만의 승리를 거뒀다. ‘메시아 정’ 정재훈(33, 두산 베어스)은 그렇게 부활을 알렸다.
정재훈은 10일 잠실 NC전에서 0-3으로 뒤진 7회초 2사 1,3루에서 역투를 펼친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구원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정재훈은 1⅓이닝 동안 사사구 1개를 내주기는 했으나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버텼고 그 사이 두산은 4-3 역전에 성공했다. 정재훈은 이날 승리투수가 되며 지난 2011년 5월 29일 잠실 한화전 이후 712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2000년대 중후반 정재훈은 두산을 대표하는 계투 요원 중 한 명이었다. 2005년 30세이브로 구원왕 타이틀을 획득했던 정재훈은 2008시즌 중반까지 마무리로 활약하며 개인 통산 100세이브 고지까지 밟았다. 난조로 인해 선발로도 전환했으나 2009시즌 도중 어깨 통증으로 중간계투로 전환한 정재훈은 2010시즌 23홀드로 홀드왕 타이틀을 따냈다. 두산 마운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탠 정재훈이다.

시련은 2011시즌부터 찾아왔다. 셋업맨으로 시작했으나 팀의 내우외환 속 마무리로도 이동해야 했던 정재훈은 그 해 45경기 2승 6패 8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해 정재훈은 어깨 회전근 통증으로 인해 중반부터는 결장도 잦았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정재훈은 팀에 공헌도가 컸던 만큼 4년 최대 28억원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재훈은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고 재활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전보다 강력해진 선발진이 구축되었고 FA 계약 첫 해인 만큼 선수 스스로 책임감이 컸으나 시즌 중 어깨 통증 재발로 결국 재활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결국 1군에서의 공헌도가 사실상 없었던 지난해 정재훈은 당초 계약했던 연봉의 절반 정도를 받으며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냈다.
“팀에 보탬이 되는 데 집중하고 자존심을 되찾겠다”라는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한 정재훈. 그의 올 시즌 초반 성적은 13경기 1승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84.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50, 피안타율 2할8푼8리로 아직 안정감을 확실히 심어주지 못했으나 오랜만의 승리를 통해 스스로 동기부여의 기회를 만들었다.
시즌 전 정재훈의 연습경기 투구와 훈련 과정을 지켜본 1년 후배이자 동명이인인 정재훈 전력분석원은 “지금까지 봤던 중 재훈이 형이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아프지만 않다면 분명 뛰어난 활약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시즌 초반 기복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비췄던 정재훈이 얻은 712일 만의 승리는 제대로 된 재기 신호탄으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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