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유수, 스스로 이뤄가는 '트레이드 성공'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05.11 07: 49

최근 야구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트레이드. 트레이드의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당장은 한쪽이 이득인 것 같아 보여도 선수들의 야구 인생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트레이드 결과를 서서히 성공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한 선수가 있다. 지난해 5월 넥센 히어로즈에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된 우완 투수 전유수(27)는 올 시즌 팀의 필승조로 자리잡고 있다.
트레이드 후 그는 지난 시즌 SK의 추격조에 속해 있었다. 예전 말로는 패전조. SK는 당시 넥센에 급했던 포수 최경철(34)을 내주는 대신 우완 불펜을 얻었지만, 전유수는 SK에 가기 전까지 보여준 것이 별로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경찰청에서 제대한 지 반년이 갓 넘은 무명 투수였다.

그러던 전유수가 올해는 지난 10일 기준 팀내 불펜 중 가장 많은 16경기 17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53으로 호투하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올해 불펜이 부족해 전유수가 자연스럽게 필승조로 옮겼는데 역할에 맞게 잘해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10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전유수는 "트레이드가 결국 저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 지난해 1군에서 가장 많은 25경기에 나왔고 올해도 벌써 많이 등판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잘 버티면 올해 많은 노하우를 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필승조에 나가게 된 것에 대해 "나 스스로가 달라진 것은 없다. 단지 운이 좋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팀이 앞서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야수들이 긴장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던질 수 있다. 이대로 경기 많이 나가고 부상 없이 시즌 마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 2일 트레이드된 뒤 일주일 뒤인 9일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와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올해도 지난 8일 팀의 10점차 역전승으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2년 연속 부모님께 최고의 어버이날 선물을 드린 셈이 됐다. 전유수는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신다"며 뿌듯해했다.
그의 팀 멘토는 좌완 박희수(30)다. 전유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희수 형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사는 문학구장 근처 집도 지난해 말 박희수가 이사를 가면서 그가 들어가 살고 있다. 전유수는 "희수 형에게 좋은 기운을 받고 있다"며 웃었다.
전유수는 이제 그가 1년 동안 겪은 경험을 갓 트레이드돼 온 경남상고 동기 진해수(27)에게 전해주고 있다. 원정 룸메이트로 같이 다니면서 이동 경로도 알려주고 밥도 같이 먹는다. 전유수는 "나도 지난해 팀에 왔지만 같은 경험을 한 만큼 그 기분을 잘 안다"며 우여곡절 끝에 같은 팀이 된 동료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직 자신의 공을 찾아가는 중이다. 경찰청에서 마무리로 뛰었던 그는 "그때의 공이 가장 좋았다. 아직 그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때로 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천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전유수가 언젠가 트레이드의 최종 '위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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