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LG의 선발승은 단 7승, 팀이 거둔 14승의 반 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 해보다 강한 불펜을 구축한 것을 염두에 두면 의외의 결과일 수 있다. 실제로 불펜 평균자책점은 3.45로 리그 2위, 블론세이브는 리그 최소인 2개를 기록 중이다.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하고 있음에도 선발승이 적다.
그렇다고 선발진이 엉망이라고 할 수도 없다. LG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4.18, 총 12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대 약점이 토종 선발진으로 지적됐던 것을 돌아보면 선전 중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리즈·주키치가 3승만 합작했고 나머지 4승은 우규민 신정락 임찬규가 올렸다.
의문은 투수교체 타이밍을 보면 풀린다. LG는 조기에 선발투수를 내리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 선발투수가 경기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한 투구수와 이닝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한다. 선발진 경기당 투구 이닝이 5⅓이닝으로 리그 공동 4위, 토종 선발진에 검증된 이닝이터가 전무함에도 평균을 찍고 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LG의 최근 선발승은 무려 10경기 전인 4월 28일 잠실 롯데전이다. 이후 LG는 2승 7패로 헤매고 있는데 경기 중반 리드하는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흔들려도 교체 사인을 내지 않고 동점이나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4월 30일 창원 NC전에서 리즈가 6회 몸에 맞는 볼을 범한 후 2실점하며 역전 당했다. 5월 1일 NC전 또한 주키치가 4회 시작부터 연속안타를 맞았지만 그대로 놔둔 게 화근이 되어 5실점으로 리드를 내줬다. 4일 두산전도 신정락이 5회 실점을 시작으로 리드당한 가운데 6⅔이닝을 소화했다. 5일 리즈는 6회초 타선이 뽑아준 선취점을 지키지 못하고 6회말 2실점한 후 마운드서 내려왔다. 10일 사직 롯데전 또한 신정락이 6회말 김문호에게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내준 후 6회말을 끝내고 덕아웃에 앉았다.

이에 대해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5, 6회에 선발투수를 교체하면 다음 경기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또 교체해야한다. 선발투수 기량에 선을 긋게 되는 것이다. 투구수만 괜찮다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1승에 모든 것을 거는 것보다는 선발투수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에 중점을 둔다는 뜻이다.
LG 마운드는 최근 2년 동안 무수히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토종 에이스 선발투수였던 봉중근이 마무리투수로 전환했다. 2011시즌 중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원상과 지난겨울 FA로 들어온 정현욱이 필승조에서 봉중근 앞에 자리 중이다. 2012시즌 개막 당시 토종 선발진을 돌아보면, 임찬규를 제외한 토종 선발투수가 모두 바뀌었다. 임찬규 또한 최근에는 신재웅과 자리를 바꿔 불펜진에 합류한 상태다. 현재 선발진을 지키고 있는 우규민과 신정락은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선발투수보다 불펜투수가 익숙했었다. 퓨처스리그 선수 중 가장 주목 받는 류제국과 재활 중인 정찬헌, 이형종까지 LG 마운드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종적 목표는 변화를 통한 진화다. 현재 LG의 팀 평균자책점 3.90으로 리그 3위, 상위권에 있다. 팀 성적은 14승 16패로 승률 46.7% 5할 승률 -2지만, 총득점과 총실점으로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은 53.9%다.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 실제 승률과 항상 들어맞지는 않으나 보통 오차 범위 3%내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LG는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할 저력이 있다. 팀 평균자책점 순위가 최종 순위와 비슷하게 형성된다는 점 또한 희망적인 부분이다. 마운드 진화가 계속된다면, 11년 만에 웃으며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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