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던 경기. 9회초 돌입 때만 해도 4점 차로 지고 있던 터라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런데 2점 차로 좁혀진 뒤 만루 찬스에서 절묘한 적시타로 동점을 이끌었다. 안타는 5개인데 타점은 벌써 7개. 비록 패했으나 NC 다이노스 3번 타자 나성범(24)은 확실히 특별했다.
나성범은 11일 잠실 두산전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앞선 4타석에서는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샀던 나성범이 빛난 것은 3-5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였다. 안타 하나면 동점도 가능하지만 범타 하나에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백척간두의 순간이었다.
여기서 나성범은 상대 마무리 오현택의 3구 째를 당겨쳤다. 사실 정타는 아니었으나 그가 당겨친 타구는 빗맞아 2루수 최주환-우익수 민병헌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안타였다. 이 안타로 9회초는 1-5로 돌입했던 NC는 박정준의 2타점 2루타까지 묶어 5-5 동점을 만들었다.

오른손 유구골 골절상을 딛고 최근 1군 무대를 밟은 이날 경기까지 나성범의 1주일 동안 성적은 5경기 2할5푼(20타수 5안타, 11일 현재) 2홈런 7타점. 타율은 낮지만 5안타를 때려내고 그 중 40%가 홈런인 데다 타점은 무려 7개다. 그래서 나성범의 득점권 타율은 4할로 높다.
데뷔 첫 안타를 두 번째 경기인 8일 마산 한화전에서 홈런으로 장식한 나성범은 그날 2개의 멀티홈런과 함께 3타점을 쓸어담으며 선전했다. 팀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했으나 나성범의 맹활약은 기다린 보람을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했다.
11일 두산전도 마찬가지였다. 나성범은 앞선 4타석에서 모두 범퇴당하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필요한 순간 클러치 히터로 빛났다. 공 하나만 잘못 때려내도 그르칠 수 있던 경기를 동점으로 이끈 것은 나성범의 천금 동점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9회말 베테랑 이현곤의 아까운 실책이 빌미가 되며 5-6 끝내기 패배를 바라봐야 했다.
아직 참다운 승리의 맛은 단 한 차례 정도 밖에 못 본 나성범. 그러나 그가 때려내는 안타와 홈런은 꽤 가치가 높았다. 왜 나성범을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이 뜨겁고 김경문 감독도 “반드시 우리 팀의 스타가 될 것이다”라며 기대를 비추는 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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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