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자신들을 평균 이하라 일컫는다. 망가지는 분장을 서슴지 않고 자신의 치부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그러나 이들은 언젠가부터 최고가 됐다. 남들은 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거침없다. 웃음을 챙기고 억지가 아닌 진짜 눈물도 담아낸다. 8년을 한결같이 달려온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이야기다.
11일 방송된 ‘무한도전-TV특강’ 특집은 왜 ‘무한도전’이 최고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잘 보여줬다. 처음 여러 아이돌과의 퀴즈에서 시작한 일은 멤버들의 한국사 공부로 이어졌고,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의 브라운관을 교육의 장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웃음과 눈물, 그리고 그동안 쉬이 여겼던 이 나라의 역사에 대해 떠올렸다.
처음 멤버들은 아이돌 사이에서 ‘헐 장학퀴즈’를 펼쳤다. 당초 방송 전부터 알려진 바대로 평범한 퀴즈 대결이었다. 멤버들은 화려한 분장을 하고 아이돌 사이에 앉아 웃음을 줬다. 그들은 일부러 오답을 내기도 했고, 아이돌들 또한 예능감을 발휘하며 가볍게 임했다.

많은 아이돌을 모았지만 ‘헐 장학퀴즈’의 분량은 많지 않았다. 여기서 ‘무한도전’이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무한도전’은 분량을 채우기 위한 방송이 아닌,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한 후 방송을 꾸몄다. ‘헐 장학퀴즈’는 많은 준비를 한 듯 보였지만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위해 과감히 잘라내 방송했다.
그리고 멤버들은 퀴즈를 통해 한국사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TV 뉴스에서는 젊은 층의 역사 의식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오던 때였다. 멤버들과 제작진은 이 뉴스를 보고 젊은 층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무한도전’이 나선다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TV 특강’이다.
멤버들은 직접 한국사에 대해 배웠다. 하하와 길은 태조 왕건에게 ‘바지 사장’이라고 할 정도로 역사를 모르는 이들이었지만, 공부를 마치고 아이돌 앞에서 선생님으로 섰을 때는 완벽히 다른 사람이었다. 멤버들부터 역사를 배우고 느끼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무한도전’의 한국사 강의는 훌륭했다. 유재석은 쉬운 설명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고려 말 이방원이 정몽주에게 보낸 시조 ‘하여가’에 대해 설명하며 “이방원이 정몽주를 섭외한다”고 표현하거나, 선덕여왕에 대해 이요원을 떠올리라고 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하하와 길은 아이돌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으로 이를 도왔다.
특히 마지막 일제시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자연스레 엄숙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저 일제시대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다. 또한 유재석은 조마리아 여사가 사형을 앞둔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전언을 찬찬히 읽었다. 친숙한 유재석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는 강의에 참여한 아이돌들 뿐 아니라 안방극장도 울렸다.
‘무한도전’이 8년이라는 시간동안 건재하며 최고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무한도전’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예능을 넘어서서 진실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담아냈다. ‘무한도전’ 식의 웃음과 함께 하니 이 메시지는 거부감 없이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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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