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은 최고급 선구안을 자랑하며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 둘째는 3루타와 끝내기타로 말려가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고 막내는 그 전 경기에서 최고급 베이스러닝으로 결승 득점을 올렸다. 두산 베어스 우익수 경쟁의 세 축 임재철(37)-민병헌(26)-정수빈(23)은 자신들이 주전 외야수로서도 손색없음을 경기력으로 직접 보여줬다.
아직 12일 경기가 남았으나 7~11일 한 주간 두산 우익수 요원들은 저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맏형 임재철은 5경기 동안 13타수 3안타(2할3푼1리)로 타율은 아쉬움이 있었으나 출루율은 무려 4할7푼4리를 기록했다.
그 5경기 동안 삼진 2개와 사사구 6개를 얻어낸 임재철은 9번 타자와 2번 타자로서 타선의 가교 노릇을 해냈다. 전지훈련 막판 늑골 골절상으로 인해 시작이 늦었던 임재철은 올 시즌 11경기 3할6푼7리 2타점 1도루에 출루율 5할4푼8리로 투수를 괴롭히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 중이다.

둘째 민병헌의 올 시즌 활약도 높은 점수를 주기 충분하다. 올 시즌 민병헌은 25경기 3할2푼4리 3홈런 10타점 8도루로 괄목상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11일 NC전서는 1회말 우중간 3루타에 이어 상대 선발 이재학의 폭투를 틈 타 선취득점을 올렸고 5-5로 맞선 9회말 2사 2루에서는 끝내기 좌전 안타로 2루 대주자로 출장한 선배 임재철을 홈으로 인도했다.
막내 정수빈이 없었다면 두산의 10일 경기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7회말 김현수의 대주자로 나서 오재원의 우중간 2루타에 홈을 밟았던 정수빈은 8회말 볼넷을 얻어 출루한 뒤 득달같은 3루 도루에 이어 최주환의 투수 앞 땅볼 때 그대로 홈으로 쇄도했다. 1사 1,3루에서 땅볼이 나오면 앞뒤 가리지 말고 그대로 뛰라는 조원우 코치의 지시에 충실했던 정수빈은 포수 김태군의 블로킹을 교묘히 피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긁었다.
두산 우익수 포지션은 야수 경쟁이 치열한 팀 내에서도 ‘죽음의 조’ 중 하나다.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는 정수빈의 입단 동기인 우타자 박건우와 신인 김인태도 함께 경쟁했고 지금은 세 명이 1군에 있다. 1군 서바이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데는 경험과 수비력의 우위 때문. 이 세 명 중 어느 한 명을 주전 우익수로 붙박이 출장시키자니 남은 이들의 재능과 실력이 아까운 것이 두산의 현실이다.

임재철은 주루 능력에서 젊은 후배들보다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안정된 수비력과 뛰어난 선구안을 갖추고 있다. 경찰청에서 타격 기술을 연마하고 돌아온 민병헌은 빠른 발과 함께 가장 좋은 일발장타력을 지녔으며 정수빈은 가장 역동적이고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세 선수 모두 강력한 송구 능력을 갖춰 누가 나와도 주전 우익수로 손색이 없다.
타 팀에서도 최근 몇 년 간 두산 우익수 요원을 후보로 언급하며 ‘트레이드로 온다면 참 좋을 텐데’라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누가 와도 타 팀에서는 주전 우익수가 될 만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누가 나와도 명품 활약을 펼치는 두산 우익수 요원 중 시즌 후 가장 크게 웃는 이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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